[미디어펜=이원우 기자]증권·파생상품 거래시간이 30분 연장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투자자 입장에선 좋아졌지만 거래대금은 오히려 줄어들어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업계 종사자들의 근무조건마저 악화된 만큼 기존 ‘15시 폐장’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파생상품 거래시간이 30분 연장된 지 이날로 꼭 1년이 지났다. 작년 한국거래소는 거래대금 확대와 투자자 편의성 제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내세워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했고 결국 실행됐다. 오전 9시에 개장하는 것은 똑같지만 기존 15시 폐장에서 15시 30분 폐장으로 거래시간이 30분 연장된 것. 

   
▲ 사진=연합뉴스


만 1년이 지난 지금 연장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투자자들의 편의 측면에서는 평가가 좋다. 단순히 거래시간이 30분 늘어났다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홍콩)·싱가포르 거래소와 거래시간 중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 증시 폐장시간은 한국시간으로 16시, 홍콩과 싱가포르는 17시다.

해외증시와의 정보 동기화 측면에서는 진일보 했음에도 거래대금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기존 거래소의 의도와는 정확히 반대의 흐름이다. 거래시간 연장 후 1년동안 코스피와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7조 8642억원을 기록해 거래시간 연장 전 1년간 거래대금 8조 1240억원에 비해 약 3.2%(2598억원) 감소했다. 

시장별로는 감소분은 코스닥에서 발생했다. 코스피는 4조 4850억원에서 4조 7610억원으로 오히려 6.2% 늘었지만,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이 3조 6390억원에서 3조 1030억원으로 무려 14.7% 감소한 것이다. 코스닥의 경우 개인 투자자 거래비중이 높음을 감안하면 거래시간 연장이 개미들의 거래를 늘리는 효과를 유발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선 ‘원상복귀’ 주장이 나온다. 거래 활성화 의도가 실패한 마당에 직원들의 근무환경만 나빠졌다는 것이다. 특히 거래소 노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단순한 비판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원상복귀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돌입할 조짐마저 보인다.

거래소 노조 한 관계자는 “원상복귀를 위한 투쟁을 기본 노선으로 하되 차선책으로는 점심시간 휴장을 생각할 수 있다”면서 “오전과 오후 종가가 따로 나오고 동시호가가 늘면 거래소가 의도한 거래량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중국 홍콩 등은 점심시간 휴장을 실시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증권업종 측의 기본입장은 ‘원상복귀’다. 마감시간이 30분 늦어지면서 장 종료 후에도 매일 일정 수준의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영업직과 증권사 창구직원들의 시간 외 근무시간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초에 거래시간 연장이 심사숙고 끝에 결정했다기보다는 정부의 ‘MSCI 선진지수 가입’ 방침에 맞춰 거래소가 눈치보기 식으로 입안한 면이 크다”면서 “성급하게 진행된 정책으로 업계 종사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