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인터넷전문은행 2호 카카오뱅크가 금융계에 돌풍을 일으킴에 따라 증권업계 분위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는 은행계 지주사로 전환하는 성공적인 포석을 놨다는 평가다. 반면 카카오보다 먼저 출범한 케이뱅크의 대주주 NH투자증권도 인터넷은행 흥행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흥행돌풍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27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출시 5일 만에 계좌 100만개를 돌파하며 ‘신드롬’에 가까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는 먼저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를 넘어선 기록임은 물론 시중은행의 연간 비대면 계좌 개설수인 15만 5000건을 압도하는 성과다.

   
▲ 카카오뱅크의 경우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이 지분 58%를 소유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두 인터넷전문은행의 싸움은 증권사들끼리의 ‘대리전’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경우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이 지분 58%를 소유하고 있다. 한편 NH투자증권은 케이뱅크의 지분 10%를 소유해 대주주 지위를 획득했다. 증권업계에서 두 회사는 매 분기마다 실적으로 자웅을 겨루는 라이벌이다. 최근에는 IB(투자은행) 수익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둘 중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흥행으로 재미를 본 것은 한국투자금융이라는 게 중론이다. 카카오뱅크의 흥행 돌풍이 더 거센 데다 이번 흥행이 한투에 갖는 ‘의미’ 또한 남다르기 때문이다. 은행 수익의 직접적인 발판이 되는 여·수신액의 경우 카카오뱅크의 여신액은 3230억원, 수신액은 3440억원이다. 출범 1주일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케이뱅크의 여·수신액 6300억원, 6900억원을 맹추격한 것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은행 계열사 없이 증권업 중심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은행업 진출’을 숙원과제로 삼고 있었다. 핀테크 기술이 결합된 카카오뱅크는 한투로 하여금 은행권에 진출할 수 있는 최고의 플랫폼이 된 셈이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이미 케이뱅크의 흥행이 결코 실패한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개점 당시 목표였던 ‘여신 5000억원’을 기대보다 훨씬 빨리 달성한 점, 카카오뱅크의 폭발적 흥행이 전반적인 인터넷은행권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이라는 점 등을 들며 “앞으로의 흥행을 지켜봐 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두 회사의 경쟁은 증권업계 판도에도 영향을 줌은 물론 국내 금융권 전체에 큰 자극을 주고 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신규회사의 진입이 힘든 은행권에 회사가 2개나 늘어나면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금융 ‘혁명’ 수준의 일들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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