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병화 기자] "부동산 투기, 좀 더 적확하게 표현하면 다주택자와의 전쟁" 

6·19 부동산대책 이후 43일 만에 나온 문재인 정부의 두번째 부동산대책(8·2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두고 나온 얘기 중의 하나이다. 

8·2 부동산대책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 규제'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주택 매수심리 위축 속에 거래가 줄고 가격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서울 강남4구와 세종시 등을 중심으로 투기 수요 억제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쉬워질지는 미지수이다. 또 최근 주택사업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건설사들도 적지 않은 고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투기과열지구(서울 전역·경기 과천·세종)와 투기지역(서울 11개구·세종) 지정은 투기 수요를 잡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청약 1순위 자격 제한, 대출규제 강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강화 등 10개가 넘는 규제가 동시에 적용된다.

여기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와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 신고 의무화, 주택담보대출 건수도 제한되면서 주택 시장에 단기적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가수요는 끼어들기 쉽지 않게 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규제의 수위가 깊고, 전방위적인 역대급 부동산 대책"이라며 "단기적인 충격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제공=국토교통부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한여름이지만 주택매매시장은 한기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동안 증가했던 매매거래는 소강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졌고,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부활(내년 1월)되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시장은 직격탄을 피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당초 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양도세 강화는 다주택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그 만큼 주택 매수기반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

투기 수요가 줄어들고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인다면 실수요자들은 조금 더 저렴하게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수도 있다. 또 청약 1순위 자격 요건이 까다로워지고 가점제 적용 대상이 확대된 것도 실수요자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향후 집값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늘어나면 실수요자들의 구매심리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기수요는 잡으면서 실수요자들에게는 기회를 주는 대책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향후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아무리 실수요자라고 해도 주택 구입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금 여력이 없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목돈을 갖고 있는 실수요자들에게는 내 집 마련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서민들은 상황이 다르다"며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서민들을 위한 금융정책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사들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투기 수요를 잡기 위한 전방위적인 대책이 자칫 분양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분양시장 침체는 주택사업 부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실적악화와 주가하락이라는 악순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분양시장이 다소 과열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건설업계 전체의 상황은 결코 좋지 못하다"면서 "분양시장을 비롯해 주택시장 전반에 걸친 일방적인 규제정책으로 시장을 무너 뜨리기 보다는 건설업계도 함께 살 수 있는 정책 보완도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주택 시장의 투자 수요가 위축되며 거래가 감소하고 가격도 약세를 보이겠지만 주택 공급을 늘리지 않는 한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업계 한 전문가는 "주택시장도 수요공급에 따라 자연스러운 사이클대로 움직이는데 금융·세금 규제로 장기적인 집값 상승을 막는다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강남권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유 자금으로 5년이상 투자하는 장기 투자자인데, 저금리 기조로 초래된 과잉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을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며 "노무현 정부 시절 강력 규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집값이 급등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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