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 적극 공감하지만 후폭풍 우려
법인세 인상 등 공론화 과정 필요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재계가 문재인 정부의 ‘세법 개정’에 원론적으로 찬성하면서도 후폭풍을 걱정하고 있다. 기업의 세 부담이 늘어나면서 경영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법인세 인상과 대기업 연구개발(R&D) 세액 공제 축소 등이 기업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2일 '2017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법인세율을 최고 25% 적용하기로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2차 주요 기업인과의 간담회 겸 만찬에 앞서 열린 '칵테일 타임'에서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한 뒤 8년 만에 환원되는 것이다. 현재 법인세율은 ▲과표 0∼2억원 10% ▲과표 2억∼200억원 20% ▲ 과표 200억원 초과 22% 등 총 3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법인세율이 상향 조정된 것은 새 정부의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과 부자 증세 강화를 통한 조세 정의 실현 등을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여기에 정부는 대기업이 R&D 투자를 늘려야 세제 혜택을 더 받을 수 있게 했다. 현재는 기업이 기업부설 연구소, 연구개발 전담부서에 쓴 인건비, 재료비, 시설임차료, 위탁 연구비 등을 R&D 투자로 보고 해당 지출의 일부분을 세금에서 공제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당기분은 해당 기업이 한 해 동안 사용한 R&D 비용에 대해 1∼3% 세액공제를 받는 방식이다. 증가분은 전년 대비 R&D 증가액의 30%만큼 세액에서 빼준다.

이번에 정부가 손질한 부분은 대기업에 적용되는 당기분 R&D 세액공제다. 개정법에서는 대기업의 당기분 R&D 세액공제율은 0∼2%로 1%포인트 낮아진다. R&D 실적이 늘지 않더라도 일률적으로 제공되던 기본공제율 1%를 없앤 것이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정부 조세 정책 방향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정부의 올해 세제개편안은 일자리, 혁신과 소득주도 성장 등 새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잘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통해 국가의 개혁과제들을 뒷받침하려면, 재원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에 경제계도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폭넓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법인세율 인상 등 증세 방안들에 결론을 도출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요재원과 세입부족 등 현실적 문제를 앞에 놓고 예산 절감, 다른 세목, 다른 재원 확충 수단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비교분석 하는 등 깊이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 연합도 증세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상근 전경련 전무는 세법개정안 대해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일자리 창출, 소득재분배 개선이라는 국정과제를 충실히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국내 일부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국의 경제성장률 하향 전망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향후 국내투자와 일자리 창출 그리고 글로벌 조세경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부와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세제개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대기업들은 공식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향후 경영에 적지 않은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법인세가 오르고 R&D 등에 대한 세액 공제가 축소되면 기업들의 부담이 확대될 수 밖에 없다”라며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투자가 확대가 필요한데 앞으로대기업들의 고민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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