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투기지구 신규대출자 40만명 영향
   
▲ 정부가 예상보다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정부가 예상보다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면서 그 여파로 은행의 수익성 감소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중은행은 전 정부의 부동산 부양정책에 기대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수익성을 노려왔다. 그러나 새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바로잡기 위해 전방위적인 규제에 나서면서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도 없던 일이 됐다.

여기다 최근 금융당국까지 나서 대출쏠림 현상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은행권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에 따른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강화로 은행 대출을 받아 집사는 일이 기존보다 더욱 깐깐해 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KB국민은행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LTV‧DTI 강화로 올 하반기에만 서울 등 투기지구의 신규 대출자 약 40만명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들이 받을 수 있는 대출 금액은 1인당 기존 1억6000만원에서 1억1000만원으로 31.3%(5000만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정부의 규제강화로 주담대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 상반기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의 순익은 총 4조3000억원 규모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지난해 상반기(3조2400억원)과 비교해 30% 넘는 수익을 기록한 셈이다.

이들이 기록적인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이자수익’ 덕분이다. 올 상반기 국민은행은 2조5850억원의 이자수익을 냈다. 이는 전년(2조3059억원)보다 12.1% 늘어난 규모다. 신한은행은 2조3814억원을 기록, 전년(2조1636억원)과 비교해 10.1% 증가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1조8070억원, 1조970억원을 이자수익을 벌어들였다.

대출이자는 가계대출 금리를 중심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 3월 연 3.43%였던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4월 3.45%에서 5월 3.47% 매달 0.02%씩 올랐다.

이에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가계대출과 주담대에 치중해온 은행권의 영업관행을 ‘전당포식 영업’이라고 강하게 질타하면서 은행권에 묘한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모든 은행이 가계대출 위주였던 국민은행화(化)됐다”며 “과거 국민은행만 특수은행으로 중소기업과 개인 대출 위주 영업을 했는데, 지금은 은행간 구분이 없어져 기업대출 비중이 줄고 가계대출만 급증했다”고 질타했다.

최 위원장은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전금융권에 대출쏠림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을 주문하면서 향후 가계대출에 대한 엄격한 관리를 예고했다.

최 위원장은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근절해 서민과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책이 시행되기까지 대출 쏠림 현상이 발생하기 않도록 금융권 스스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