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관훈 기자] "지금 상황에서는 저희도 정확히 해드릴 수 있는 얘기가 없어요"

지난 5일 오후 찾은 서울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소 심드렁한 투로 응대하며 말했다. 

예상보다 강력한 '8·2 부동산 대책'이 나온지 사흘이 지났지만 시장은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 중개업소도 "점심 시간이 지나서야 문을 열었다"며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시간을 좀 더 두고 봐야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같은 시간 답답한 마음에 한 주민이 중개업소를 찾았지만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한채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이처럼 강남권 중개업소는 한여름을 무색하게 하는 싸늘함 그 자체였고, 이날 돌아본 개포동과 도곡동 일대 부동산들은 상당수 문을 닫고 있었다. 

"여름 휴가 성수기이고, 여기에 8·2대책까지 갑자기 나왔잖아요. 손님들이 물어봐도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차라리 집에서 쉬는게 낫다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어요"

세번째 찾은 공인중개사무소 사장의 대답이  8.2대책의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주는 것 같았다.

▲"당황스럽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 싶어요"

8·2부동산대책에 대해 강남권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의견은 분분했지만 "좀 더 기다려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었다. 워낙 많고 강력한 규제가 나오다 보니 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포동 대왕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나온 지 아직 일주일도 안 지났다"고 입을 떼며 "다 휴가철이고 비수기라 이 기간이 지나고 나야 이야깃거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N 공인중개사 대표는 "이 지역 재건축 아파트 거래가 아예 없는 상황"이라며 "솔직히 규제가 나왔지만 강남 일대는 급매 아니고서는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시장 수요층이나 투자자들이 당분간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도 나왔다.

양재동에 위치한 대명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정부가 다주택자들에게 양도세를 중과하기로 하면서 무리한 투자를 했던 사람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대책을 제대로 파악하기 전까지는 섣불리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 지난 7월 재건축 공사가 한창인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사진=미디어펜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vs "보유세도 강화했어야"

전문가들조차 쉽게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화에서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의 반응도 엇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양재역에서 자영업을 하며 결혼을 앞둔 김모씨(남·40)는 "재건축 아파트를 전세 놓자니 세금 내면서까지 가지고 있어야 하나 싶다"면서 "그렇다고 팔기도 조심스럽다"고 고민을 하게 만든 부동산 대책에 한숨을 내쉬었다.

반대로 더 강력한 규제를 부과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주민도 있었다.

개포 주공5단지에 거주하며 강남역 근처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직장인 최모씨(남·34)는 "10억원이 넘는 집을 몇 채씩 보유한 강남 큰손들에게 양도세를 올려봤자 안 팔면 그만"이라며 "이번 대책에서 보유세 부분을 손대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문도 부동산박사회장은 "정부가 이번에 꽤나 강경한 대응을 한 것 같다"며 "또 다른 추가 대책이 나올지는 두고 봐야겠으나 당분간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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