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해정 기자]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가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하면서 당내 '안철수-비안철수'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하는 천정배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의 단일화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당초 천 전 대표와 정 의원이 견제구도를 형성했지만 안 전 대표의 출마 선언 이후 상황은 변했다. 안 전 대표의 출마 선언에 대해선 당내 찬반 의견이 갈렸다. 

천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출마 선언에 대해 "안철수 후보의 당 대표 출마는 구태 중의 구태 정치"라며 "누울 자리, 누워서는 안 될 자리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몰상식, 몰염치의 극치"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또 "국민을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이 대선 패배로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고, 이유미 사건으로 당이 거의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는데 책임이 가장 큰 안철수 후보가 나오면 당이 정말 어려워진다"고 각을 세웠다.

정 의원 역시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고 아무 때나 출마할 수 있고 당선될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사당화의 명백한 증거가 될 것"이라며 "다시 사당화의 길을 가는데 지지를 보낼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는 사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를 결정할 절대다수의 당원은 침묵하고 있는데 극소수 의원이 전체 당심인 듯 주장하면서 (안 전 의원에게) 출당 조치를 하라든지, 탈당하라든지 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할 무책임한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순신 장군도 모함을 받아서 한때 곤혹을 치렀고 일부 전투에서 패하기도 했다"며 "더 큰 봉사를 하고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당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왼쪽)가 지난 7일 8·27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면서 안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천정배 국민의당 전 대표(가운데)와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오른쪽)의 단일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사진=연합뉴스

안 전 대표는 당내 일각의 반발에도 출마를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그는 지난 7일 "지금 그만두라는 말은 (저한테) 정계 은퇴하라는 말과 똑같다"며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당이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각오로 큰 결심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하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정 의원과 천 전 대표의 반안(反安) 연대를 통한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당 당원의 65% 가량이 호남에 집중 돼 있는 가운데 정 의원과 천 전 대표가 동시에 후보로 나온다면 표가 갈라져 안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선 지난 7일 국민의당에서 확정한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후보 단일화가 필요없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정 의원과 천 전 대표 중 누가 결선투표에 오르더라도 후보 단일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오히려 안 전 대표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2차 투표를 진행해 다득표자가 최종 승리하는 제도이다. 

결선투표제 도입에 안 전 대표 측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겨 조기에 승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천 전 대표와 정 의원 측은 결선 투표에서 '비안(非안철수) 전선'을 구축해 판세를 뒤집을 계산으로 보인다. 

한편 안 전 대표 출마에 반대하는 조배숙·장병완·황주홍·박준영·이상돈·장정숙 의원 등은 8일 여의도 모처에서 정동영 의원과 조찬 모임을 갖고 정 의원에게 전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단일화에 대한 입장에 대해선 두 의원 모두 명확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천 전 대표는 단일화에 대해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고, 정 의원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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