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kt전 6⅓이닝 2실점 호투하고 승리 못 챙겨
평균자책점은 2.89로 리그 1위, 지독한 '아홉수 징크스'
[미디어펜=석명 기자] 벌써 7번째 10승 도전에서 좌절했다. 이 만하면 '아홉수 징크스', '불운의 아이콘'이란 수식어가 붙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롯데 자이언츠 '안경에이스' 박세웅(22) 얘기다.

박세웅은 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전에 선발 등판, 6⅓이닝 2실점 호투를 하고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3-2 리드 상황에서 물러났지만 불펜이 8회초 2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롯데는 8회말 2점을 뽑아내 5-4로 재역전승을 했지만 박세웅의 10승은 또 무산되고 말았다.

   
▲ 롯데 박세웅이 또 호투하고도 시즌 10승 달성에 실패했다. 7경기째 승수 추가를 못했지만 박세웅의 평균자책점은 리그 1위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선발투수가 승리를 따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5이닝 이상을 던져야 하고, 타선 지원을 받아 리드한 상황에서 물러나야(완투가 아니라면) 한다. 이후 불펜이 리드를 뺏기지 말고 끝까지 승리를 지켜줘야 승리투수가 될 수 있다.

박세웅은 전반기였던 지난 6월25일 두산전에서 6⅔이닝 2실점으로 9승(3패)을 챙긴 후 아직 1승도 보태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이다. 7차례 선발 등판에서 승리 없이 1패만 기록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박세웅이 못 던졌던 것도 아니다. 1패를 안았던 7월13일 한화전(6이닝 6실점)에서만 무너졌을 뿐 나머지 6경기에서는 5차례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할 정도로 선발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무엇보다 박세웅의 평균자책점을 보면 그가 얼마나 좋은 피칭을 해왔는지 알 수 있다. 박세웅은 2.89의 평균자책점으로 전체 투수를 통틀어 1위에 올라있다. 리그 최고 수준의 호투를 계속해온 것이다.

그럼에도 박세웅의 승수가 9승에 머물러 있는 것은 팀 타선 지원이나 불펜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고(故) 최동원과 염종석의 뒤를 이을 '안경에이스'의 탄생에 열광하는 팬들로서는 박세웅의 이런 불운과 동료들의 지원 부족이 안타깝기만 하다.

더군다나 박세웅은 프로 2년차이자 본격적으로 선발투수로 나섰던 지난 시즌의 씁쓸했던 기억도 있다. 지난해 박세웅은 7승12패 평균자책점 5.76의 성적을 냈다. 그런데 7월21일 KIA전에서 시즌 7승째를 올린 이후 11경기 등판에서 1승도 보태지 못한 채 6패만 더하고 시즌을 마감했다. 

어쩌면 올해 역시 박세웅으로서는 악몽의 후반기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여러모로 다르다. 박세웅은 지난해 좋은 공을 갖고도 후반기 들면서 급격한 체력 저하로 구위가 뚝 떨어졌다. 선발투수로 처음 풀 시즌을 뛰면서 겪는 어쩔 수 없는 시행착오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박세웅은 벌써 131이닝을 던졌지만 여전히 위력적인 공을 뿌리고 있다. 위기를 맞아도 한꺼번에 와락 무너지는 경우도 거의 없다. 

롯데는 8일 kt전 승리로 4연승을 달리며 가을야구의 희망을 키웠다. 5할 승률(51승 51패 2무)을 맞췄고 순위도 SK와 공동 6위로 올라섰다. 하락세 SK를 제치고 3게임 차인 5위 넥센을 추격할 수 있는 상승세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박세웅이 매우 큰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시기를 보내는 롯데에 앞으로도 박세웅이 해줄 일은 많다. 지금처럼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해내며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팀의 순위 상승을 이끌어야 한다.

박세웅이 '아홉수'를 넘어 시즌 10승 고지에 오르는 것 이상으로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절실하다. 과연 박세웅과 롯데는 함께 웃을 수 있을까.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