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관훈 기자]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세입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8·2 부동산대책이 오히려 전셋값을 끌어올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2~3년에 걸쳐 상승행진을 이어가던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 전반적으로 강보합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렸던 매매시장과는 달리 차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다시 전셋값이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일부 물량이 부족한 곳은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14일 한국감정정원 부동산통계를 서울 전셋값은 올들어 1.16% 올랐다.  전국적으로 0.42% 오른 것과 비교하면 4배 정도 오른  것이며, 수도권에서도 인천(0.71%)과 경기(0.64%) 지역 상승폭보다 훨씬 높다.

   


관악구가 2.25% 올라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강동구(2.15%)도 2% 넘게 올랐다. 그리고 마포(1.87%)·동작(1.67%)·서대문(1.65%)·종로(1.58%)·영등포(9.54%) 순이다. 

이들 지역은 직장 출퇴근 수요자들이 많은 지역일 뿐만 아니라 중산층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서민들의 많이 찾는 지역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가을 이사철 전세시장이 불안한 것은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때문에 발생하는 이주 물량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조사 등을 보면 하반기 서울에서만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는 최대 5만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2만여가구가 강남4구에 몰려 있는데, 강동구에서는 둔촌주공(5930가구)이 이미 지난달 이주에 들어갔고, 오는 16일부터는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2840가구)가 이사를 시작한다. 곧 관리처분을 신청하는 개포주공 1단지(5040가구)도 일정대로라면 연내 이주에 들어간다.

최근 강동구 전셋값이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동구 일대 전셋값은 인근 하남 미사강변도시 입주영향으로 지난해 8월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가 지난 4월을 기점으로 오름세로 돌아섰고, 최근들어 상승폭도 확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전셋값 상승폭이 컸던 강남과 서초 역시 재건축 이주에 따른 전셋값 파동이 다시 우려되고 있는 상황.

여기에 정부가 투기수요를 잡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내놓은 8·2대책이 전세시장에는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는 차치하더라도 대출과 청약자격 등의 규제가 투자수요는 물론 실수요자들의 매수심리도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8·2대책 이후 주택시장에서 매수세가 자취를 감춘 것도 집을 사려던 구매자들이 "좀 더 상황을 지켜본 뒤에 결정하겠다"며 매수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주택구입을 포기한 실수요자들이 전월세 시장에 그대로 남아 있을 경우 전월세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고, 늘어난 수요로 인해 전셋값이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는 시나리오다.

강동구 둔촌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집값하락을 예상하면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이들이 내 집 장만을 포기하고 계속해서 전월세 시장에 남아 있는다면 가을 이사철 전세대란이 또 한번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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