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완성차업계, 통상임금 우려 '전전긍긍'
해외로 공장 이전땐 일자리 급감 걱정도 증폭
[미디어펜=최주영 기자]15일은 제72주년 광복절이다. 국가주권을 되찾은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저마다 8.15 광복절 마케팅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독 자동차 업계의 표정은 우울하다. 공교롭게도 16일이 현대차 임단협 24차 교섭이 이뤄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2012년부터 6년 연속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1994년, 2009년, 2010년, 2011년 4년을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단행해왔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0일과 14일 부분 파업을 통해 연일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2일 오전 6시 45분부터 13일 오전 12시 30분까지 예정된 주말 특근도 하지 않았다. 두 차례에 걸친 부분파업에다 12일 휴일 특근까지 노조가 거부하면서 차량 6500여대(1300억원 규모)의 생산차질액이 발생할 것으로 회사는 추산했다.

   
▲ 현대차 노조는 10일과 14일 부분 파업을 하는 등 연일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2일 오전 6시 45분부터 13일 오전 12시 30분까지 예정된 주말 특근도 하지 않았다.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사옥 /사진=미디어펜 DB

기아차도 파업을 결의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달 17일과 18일 전체 조합원 2만 8240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한 결과 72.1%가 파업에 찬성했다. 노사는 지난 5월부터 총 11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였지만 결국 예상대로 합의가 불발됐다.

현대·기아차 노조의 요구조건은 화려하기 짝이 없다.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에 완전 고용보장 합의서 체결과 정년연장(현 60세에서 연금지급 시기까지) 등이 나열됐다. 매년 임단협 때마다 요구하는 순이익 30%의 성과급 지급과 사회공헌기금 확대, 해고자 원직복직 등도 요구안에 슬그머니 담았다. 세부항목으로 따지면 17개 조항이나 된다고 경영진은 난감한 모습니다. 

기아차 노조의 요구도 비슷하다. 노조는 기본급 15만4800원과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주장한다. 이미 남부럽지 않은 대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과욕'이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 게 당연하다.

현대‧기아차 노조의 이번 파업이 미칠 악영향은 지난해를 돌이켜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지난해 파업으로 현대차는 약 14만2000대(3조1000억원 규모)의 생산차질을 빚으며 막대한 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했다. 기아차 역시 노조 파업으로 9만여대, 2조2000여억원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올해도 파업에 돌입하면 하루 1500대가량의 생산차질이 예상된다고 한다. 

국내 완성차 업계 상황은 올 들어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업계는 기아차 통상임금 1심 선고를 앞두고 산업계 전체로 퍼질 유동성 위기에 발목이 잡힐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기아차가 소송에 패소할 경우 총 6869억원의 청구금액에 이자를 포함 약 1조원씩을 지급해야 한다.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완성차업계 전반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내 완성차들은 설상가상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되고 있다. 올 상반기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5.4%로 주요 완성차 업체 12곳 중 9위를 기록했고 지난해 8위였던 기아차의 순위는 12위로 추락했다. 현대·기아차가 주춤하는 사이 BMW, 다임러 등 글로벌 업체들은 오히려 1%,3%씩 판매량을 늘리며 앞다퉈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 국내 완성차 업계 상황은 올 들어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기아차 통상임금 1심 선고를 앞두고 업계 전체로 퍼질 유동성 위기에 발목이 잡힐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런데도 노조는 파업을 하겠다고 한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현대차의 위기를 더욱 부채질하는 것과 같다. 노조의 파업은 생산차질로 연결돼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완성차 5개사가 통상임금에서 패소시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겠다고 불가피하게 결정한 상황에서 국내 일자리도 급감할 수 있다.

현대차가 아무리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고 해도 노조의 6년 연속 파업은 너무하다. 현대차는 대우가 좋고 근무환경이 뛰어난 직장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젊은이들은 현대차에 입사해 근무하고 싶어한다. 현대차 평균 연봉은 우리나라 GDP의 2배가 넘는 일본의 최대기업 도요타의 연봉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노조는 이런 직장에서 무엇이 아쉽다고 공장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현대차 노조는 귀족노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이미 많은 특혜를 누리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 3월 주주총회에서 “2017년은 현대자동차 창립 5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로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통해 미래 50년을 향한 재도약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현재, 현대차는 해외 판매 고전, 노조의 잇따른 파업, 통상임금 등으로 50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어느덧 임단협도 24회차를 맞았다.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을 하루 앞둔 현 시점에서 이번 파업결의가 단순한 현대차 문제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애국적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