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증권사들이 사명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새 주인을 맞는 증권사로써는 새 출발을 위해 사명을 변경하려고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친 않다. 오랫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를 허물고 새로운 사명으로 출발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만 위안타 증권에 인수되는 것이 거의 확정되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만 남은 동양증권이 사내 직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사명 변경을 원하는 직원들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최근 직원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명변경을 원하는 직원들이 더 많았다"며 "조만간 사명 변경을 검토할 계획"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의 경우 고객들과 직접 거래를 하는 곳인데 '동양사태'의 타격이 커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사명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동양'이라는 이름을 갖고는 계속 영업을 하기가 힘들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동양증권은 지난달 대만 유안타 증권에 매각돼 현재 금융당국에 대주주적격성 심사 및 변경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이에 따라 사명에 '유안타'이름이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섣부른 사명 변경은 쓸데없는 비용 낭비일 수도 있고 수십년간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를 한 순간에 버리는 경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뉴시스

최근 주인이 NH농협으로 바뀐 우리투자증권도 마찬가지다.

최근 NH농협금융지주에 인수된 우리투자증권의 사명이 1년 뒤 'NH우투증권'으로 변경된다. 농협은 '우리투자증권'의 법인명을 1년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1년간은 우리투자증권 이름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사이에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병하게 되면 통합회사의 사명은 NH우투증권이 된다. 또한 합병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투자증권의 이름은 NH우투증권으로 변경된다. 우리투자증권이라는 이름을 더 이상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섣부른 사명 변경은 쓸데없는 비용 낭비일 수도 있고 수십년간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를 한 순간에 버리는 경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동양 사태 이후 더이상 그룹과 관계도 없고 이미지가 추락해 사명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대세지만 그렇다고 동양이란 이름을 버린다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증권사는 아니지만 동양생명의 경우 당초 계획했던 사명 변경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CI(Corporate Identity) 교체작업 비용이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유지했던 동양생명 이미지를 하루아침에 내려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CMA 계좌 해약사태가 발생하고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그룹과 무관하다는 설명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 사명 변경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라고 말했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