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해정 기자]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에서 박 전 대통령 출당문제를 언급해 당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홍 대표의 '박근혜 출당' 거론에 반대하는 측은 홍 대표가 입장을 번복했다는 것과 박 전 대통령의 3심 판결 전 출당 논의 공론화는 적절치 못하다며 반발했다. 반면 정치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측은 보수세력 결집을 위해 정치적 현실을 돌파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홍 대표는 지난 16일 대구에서 열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토크콘서트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이 정치적으로 대처를 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은 정치적 책임문제로, 당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고 출당 필요성을 공개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무죄를 법원에 의존하지 말고, 정치적으로 대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싸고 한국 보수 세력들이 분열됐고 또 괴멸 직전까지 와 있다"며 "이 분열되고 괴멸 직전에 와 있는 보수 세력들을 다시 결집을 하고 이 나라를 선진강국으로 만들어야 할 책임이 지금 한국당에 있다"고 말했다.

당 내에선 홍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찬·반 의견이 대립하는 양상이다.

앞서 홍 대표는 19대 대선 후보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이미 파면돼 '정치적 사체'가 된 분으로, 출당 요구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며 "정치적 사체에 다시 등 뒤에서 칼을 꽂으란 말이냐"고 말한 바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에게 칼을 꽂지 않겠다던 홍 대표가 막상 당권을 잡더니 말을 바꿨다"며 "말을 때에 따라 계속 바꾸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신뢰를 얻는 데 매우 치명적"이라며 반발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6일 대구에서 열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토크콘서트에서 '박근혜 출당'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사진=자유한국당 제공

대구에 지역구를 둔 의원은 "지역구 여론이 매우 좋지 않다"며 "고통받는 대통령에 대한 출당 논의를 3심 판결 전에 공론화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정치자금법 재판을 받고 있는 홍 대표부터 당원권 정지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류여해 한국당 최고위원은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미 당내에서 1심 결과를 보고 처리하는 게 적절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의견을 당론처럼 이야기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게시했다.

그는 “홍 대표님은 태극기 부대의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의 음성이야말로 우리 당이 최우선적으로 귀 기울여야 하는 소중한 목소리”라고 반발했다. 

또 "(태극기 부대의 민심은) 탄핵과 재판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매도돼 헌법과 법률이 정한 인권보호를 못 받고 주 4회씩 무리하게 진행되는 재판과정 등을 바라보며 가슴앓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보수세력 결집을 위해 정치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측은 박 전 대통령의 동정여론에서 벗어나 정치적 현실을 돌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 관계자는 "우리 당은 '박근혜당'이 아니었다"며 "탄핵 과정과 결과가 부당했다는 건 분명하지만 어쨋든 참담하게 패배한 게 현실"이라며 "정치는 현실인데 현실을 돌파할만한 정치적 행위 없이는 당이 한 발자국도 나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면회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이제는 본인에게 실망하고, 분노하고, 안타까워하는 지지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어떠한 메시지라도 내놔야 보수진영을 낭떠러지에서 구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 비박계 의원은 "홍 대표가 정확하게 현실을 진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박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당 혁신과 재건의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출당' 문제가 공개적으로 거론된 이상 당 내에선 찬·반 의견에 대한 조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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