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그것이 알고싶다'가 광복절 주간을 맞아 아직 청산하지 못한 과거를 조명하고, 그에 따른 갈등을 풀기 위한 국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한다.

오는 19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도둑골의 붉은 유령-여양리 뼈무덤의 비밀'이라는 부제로 200여 구의 유골이 발견된 경남 마산 여양리의 비극이 그려질 예정이다.


   
▲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공


경남 마산의 여양리에는 골짜기를 따라 몇 개의 작은 마을이 흩어져있다. 이 중 도둑골은 갑작스러운 죽음과 사고 소식이 들려오기로 소문이 흉흉한 마을.

마을의 비극이 세상에 드러난 건 2002년이었다. 태풍 루사로 여양리에 큰비가 내렸고, 비에 휩쓸려 수 십여 구의 유골이 밭으로 쏟아졌다. 밭 주인은 놀라 경찰에 신고했지만 마을 노인들은 묵묵히 유해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들은 이내 오랜 침묵을 깼다.

마을의 맹씨 할아버지는 "국민학교 올라올 때 여기서 죽이는 거 봤다. 총으로 쏴 죽이는 거"라고 밝혔고, 이장 박씨는 "온통 빨갰다. 비가 와서 냇가가 벌겋게 물들어있었다"고 증언했다.

마을에 유골이 쏟아져 내려 한바탕 난리가 나고 2년 뒤, 경남지역 유해 발굴팀에서 발굴 작업이 시작됐다. 수 십여 구에 불과한 줄 알았던 유골은 구덩이마다 쌓여있었다. 총 200여 구의 시신이 여양리 뒷산에 긴 시간 잠들어있었던 것. 해진 양복과 구두 주걱, 탄피 등도 유해와 함께 발굴됐다. 발굴팀은 유류품을 토대로, 죽음을 당한 인물이 누구였는지 추적에 나섰다.

1950년 여름날의 마산 여양리, 맹씨 할아버지는 그날도 비가 많이 내렸다고 떠올렸다. 미끄러운 길을 뛰어 집에 돌아가는 길 여양리 너머에서부터 낯선 얼굴들이 트럭에 실려 왔다고. 이내 어디선가 큰 총소리가 들려왔고, 비명이 이어졌다. 얼마 후 경찰은 마을 청년들을 시켜 죽은 사람들을 묻으라고 했다.

1949년 이승만 정부는 좌익사상에 물든 사람들을 전향시켜 '보호하고 인도한다'는 취지로 '국민보도연맹'을 만들었다. 조직을 키운다는 이유로 사상과 무관한 국민들도 비료며 식량을 나눠 준다며 가입시켰다. 심지어 명단엔 어린아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 정부는, 전투와는 관련 없는 지역에서 보도연맹원을 대량 학살했다. 좌익 사상을 가진 적이 있다며, 언제든 인민군과 연합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국가가 나서 보호하겠다던 보도연맹원들은 이유도 모른 채 끔찍한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그들은 불순분자로 간주됐다. 

당시 여양리 유해 발굴 취재 기자는 "지금도 유족회에 나오지 않는 유족들이 많다. 아직도 빨갱이 집안이라는 낙인을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보도연맹의 원형은 친일파와 연결되어 있었다. 일본 제국주의가 반대자들과 독립운동가의 사상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조직이 이른바 '보국연맹'이며 '야마토주쿠'라는 이름으로 존재했던 것이다. 그런데 해방 후 친일 검사와 경찰들이 야마토주쿠와 꼭 닮은 보도연맹을 창설한 것이다. 

친일파는 친일이라는 치부를 덮고 권력과 부를 유지하기 위해 반대자들을 '빨갱이'라 명명했다. 그리고 실체조차 불분명한 오랜 혐오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공산주의를 거부하고 남하한 우익민족주의자도, 계엄군의 총칼에 맞서 저항한 시민들도, 생존권을 요구하는 노동자들도 '빨갱이'로 불리고 위험한 존재로 몰렸다. 그리고 그 낙인은 지금도 이어진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해방 이후 청산하지 못한 친일파와 국가 폭력 간의 관계를 파헤치고, '빨갱이'와 '친일파'라는 한국 사회의 오랜 갈등의 근원을 풀기 위한 국가의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할 예정이다.

예고를 접한 시청자들은 "역시 '그알', 내일도 본방",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일본이라는 나라 때문에 우리나라 참 고생이 많다. 분단국가 된 것도 일본 때문이고", "친일파들은 호의호식하며 항일운동하신 분들과 후손들은 개고생하고... 답답하고 화가 난다" 등 본 방송에 대한 관심과 함께 공분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 5분에 방송된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