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롯데가 프로야구 판도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중위권 순위를 확 바꿔놓았다.

롯데는 18일 넥센과 고척돔 원정경기에서 연장 12회까지 가는 열전 끝에 8-5로 이겼다. 2-4로 뒤지던 9회 최준석이 극적인 동점 투런홈런을 날리고, 12회 대거 4점을 뽑아내 일궈낸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5연승을 내달렸다. 연승을 이어간 것보다 더욱 기분좋은 일이 6위에서 4위로 두 계단이나 뛰어올랐다는 점이다.

전날까지 4위 LG, 5위 넥센에 0.5게임차로 뒤져 6위에 랭크돼 있던 롯데다. 이날 넥센을 이기며 순위 역전을 했고, LG마저 SK에 패하면서 롯데는 단번에 4위에 자리했다.

   
▲ 롯데가 18일 넥센전 승리로 4위로 뛰어올랐다. 롯데의 상승세로 '엘롯기'가 포스트시즌에 동반 진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한때 7위까지 떨어졌고 5강권과 격차가 크게 벌어졌던 롯데가 8월 초강세를 보이며 대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롯데가 5강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엘롯기' 동맹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엘롯기'는 잘 알려진 대로 전통적 인기 구단 LG 롯데 KIA 세 팀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세 팀은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 나란히 암흑기를 함께 보내며 서로 번갈아 꼴찌를 하는 등 동병상련으로 묶여 '엘롯기'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세 팀의 팬들은 함께 포스트시즌에 올랐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꾸준히 주고 받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엘롯기가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적은 없었다.

롯데발 지각변동 결과 18일 현재 순위표 5강 안에 드디어 엘롯기가 뭉쳤다. 올 시즌 선두 독주 체제를 굳혀온 KIA가 1위, 롯데와 LG가 4, 5위에 자리한 것.

엘롯기는 이대로 손잡고 가을야구 무대로 향할 수 있을까. 물론, 전혀 장담할 수 없다.

KIA의 1위, 두산 NC의 2-3위 다툼은 거의 굳어진 분위기다. 포스트시즌행 남은 두 자리인 4, 5위를 두고 중위권 팀들이 피말리는 경쟁을 해야 한다. 롯데가 정말 오랜만에 4위로 올라서긴 했지만 5, 6위 LG 넥센과는 반경기 차이일 뿐이다.

롯데와 LG에게 포스트시즌행 티켓을 결코 쉽게 넘겨주고 싶지 않은 두 팀이 있다. 바로 넥센과 SK다. 

넥센은 이번 롯데와 2연전을 모두 내주며 6위로 밀려나긴 했지만 그동안 큰 흔들림 없이 5강권에서 버텨왔다. 투타에서 적잖은 몫을 해주던 베테랑 김세현(KIA)과 윤석민(kt)이 트레이트로 빠져나가 전력에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 우려스럽지만 최근 수 년간 넥센은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경험을 쌓아왔다.

한동안 추락만 거듭하던 7위 SK도 17~18일 LG와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이끌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SK는 롯데와 2.5게임 차, LG 넥센과는 2게임 차로 격차가 크지 않다. 타선의 한 축이었던 한동민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아쉬움이 있지만 마운드만 좀 받쳐주면 '홈런군단'답게 반등할 힘은 있다. 

롯데는 연승을 달리는 동안 불펜진에 과부하가  걸렸고, LG는 최근 타선이 전체적으로 가라앉았다.

엘롯기가 사상 최초로 가을야구에 함께 참가할 수 있을지, 넥센과 SK가 엘롯기 동맹에 균열을 낼 것인지, 앞으로 중위권 전쟁이 더욱 흥미롭고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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