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VS 정부 통신비 논쟁…처음부터 불공평
정부, 무조건적 채찍질 안 돼…'당근' 고민 필요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정부가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내세운 '선택약정요금 할인율 상향'이 다음 달 15일부터 시행한다. 

   
▲ 지난 18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양환정 정보통신정책실장이 이동통신 약정 요금할인율 상향조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8일 기본 20%였던 선택약정 요금 할인율을 25%로 샹항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행정 처분을 발송했다. 

행정 소송까지 거론하는 등 이동통신 3사의 거센 반발에도 해당 정책을 강행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인 셈이다. 

그러는 동시에 오는 21일에는 이통 3사 CEO와 만남을 갖고 해당정책 시행의 협조를 요청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마디로 '답정너'다. 이통 3사가 입안의 혀처럼 굴어주길 바란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정부의 권위적 행동은 고유의 행정권에서 비롯된다.

5G 주파수 할당 등 이슈가 산재한 만큼 이통 3사가 정부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를 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처음부터 불공평했던 논쟁이었다.

이통사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여기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오는 21일 열릴 이통 3사 CEO와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의 만남 또한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유 장관의 취임 이후 첫 대통령 업무 보고(22일)를 앞두고 체면 차리기에 급급한 행동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세간의 관심이 큰 사안을 정부 기관이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만일 이날 회동에서 정부가 "25% 선택 약정 요금 할인율을 기존 가입자에게도 적용해 달라"며 압박이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이통3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선택약정 요금 할인율 상향 적용 대상자를 9월 15일 이후 신규 약정 가입자에 한정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가입자들에 대한 요금 할인율 조정은 이통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로써 이통사는 안으로는 주주들의 배임 소송을 걱정하고, 밖으로는 정부 눈치 살피기에 급급한 처지가 됐다. 

정부는 채찍질만으로 이통사를 길들이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통사의 부담을 줄여 줄 '당근'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고압적 태도로 채찍만 휘두른다면 언제 어디서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터져버릴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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