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가 20일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 2일 개봉한 지 19일 만이며, 올해 처음으로 천만 영화 타이틀을 달았다. 한국영화로는 역대 15번째 천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로 기록됐다.

'택시운전사'의 천만 영화 등극은 여러 모로 의미가 있다. 1980년 5월 광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떠올리기가 너무 괴롭지만, 그렇다고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아픈 역사의 현장을 다뤘다.

1980년 광주를 소재로 한 영화는 이전에도 여러 편 있었다. 하지만 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은 영화는 '택시운전사'가 처음이다.

'택시운전사'가 광주 민주화운동을 얼마나 객관적 진실로 화면에 담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영화의 만듦새나 스토리의 개연성 면에서는 너무 피상적이고 단순화됐거나 필연 대신 우연이 많아 곳곳에서 허점이 보인다. 배우들이 각자 역할에 맞춰 충실히 연기했다지만 도식화되고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영화가 시작되면 몰입하며 빠져들고, 영화가 끝나면 여운을 안고, 극장을 나와서는 좋은 입소문을 낸다.

   
▲ 송강호 주연 영화 '택시운전사'가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사진='택시운전사' 스틸컷, 쇼박스 제공


주연배우가 송강호가 아니었다면? 영화가 이런 좋은 반응을 얻고 폭발적 흥행을 이어올 수 있었을까.

송강호는 참 특이한 배우다. 잘 생긴 배우가 아니어서 '개성파''연기파'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딱히 호감형 얼굴도 아니다.

그런데 그의 연기를 보다 보면 그냥 빠져든다. 좀 어색한 상황도 그가 연기하면 그럴 듯해지고, 긴박한 흐름 속 뜬금없어 보이는 어눌한 유머가 보태져도 손가락이 오글거리기보다 과도한 긴장감에서 해방되며 웃음 짓게 된다.

연기자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던 시기의 작은 배역을 맡았을 때도 송강호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신스틸러였다. '넘버3'나 '조용한 가족' 등에서의 송강호 연기를 떠올려 보라.

송강호는 이번 '택시운전사'로 세 편의 천만 영화 타이틀롤에 이름을 올렸다. '괴물', '변호인'이 이전 그의 천만 영화였다. '괴물'은 어차피 주연이 괴물(?)이었으니 송강호표 천만 영화라고 말하기가 그렇지만, '변호인'과 '택시운전사'는 송강호 없이는 설명하기 힘든 오롯이 송강호 원톱 천만 영화다.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라 하더라도 흥행까지 보증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송강호는 연기력과 흥행 모두 최고다. 

최근 송강호가 출연한 영화는 모두 흥행에서도 성공했다. '설국열차'가 935만명, '관상' 913만명, '변호인' 1137만명, '사도' 624만명, '밀정' 750만명이었다.

'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가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를 택시에 태우고 광주로 가는 여정이 송강호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지루했을까. 광주의 참담한 현실을 아웃사이더로서 지켜보던 택시운전사가 동조의 감정 변화를 일으키거나, 홀로 광주를 떠났다가 "아빠가...손님을 두고 왔어"라는 대사 한 마디를 던지며 다시 광주로 향하는 장면을 송강호 아닌 어떤 배우가 공감시킬 수 있었을까. 

송강호가 모는 택시에 올라탄 천만 명의 손님들은 따뜻하게 미소 짓고 가슴 찡해지고 함께 분노하고 안타까워하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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