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재계 "상여금은 통상임금과 별개"
패소시 산업계 통상임금 줄소송도 우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 선고가 이달 말로 예정된 가운데 법원의 ‘통상임금 규정’과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 적용 여부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최근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소송에서 대법원이 노조측에게 신의칙을 적용, 파기환송한 전례를 들어 기아차 소송에서도 재판부가 비슷한 판단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현대기아차 양재 사옥 전경 /사진=미디어펜DB

'신의칙' 인정된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소송

법조계와 재계는 최근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된 재판부의 선고는 기아차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 금호타이어 생산직 근로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2심에서 사측이 승소했다. 법원이 1심 결과를 뒤집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노조원은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반영해 3800여만원을 추가 지급하라고 요구해 왔다. 

법원은 이에 대해 “근로자가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 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재정 부담을 지워 경영상의 중대한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이는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번 판결을 통해 “근로자 측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춰 신의에 반하고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고 못박았다.

재판부의 이같은 판결은 근로자 측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금호타이어 노조의 통상임금 청구와 관련,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재정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결국 이는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신의칙이 인정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내려진 갑을오토텍 소송이다. 갑을오토텍 노조측은 당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이에 따른 임금과 퇴직금을 추가로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신의칙에 따라 허용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 외에 두산중공업, 두산엔진 등도 통상임금 소송 중 모두 1심에서 신의칙을 인정받았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번 금호타이어 2심 선고에서 '신의칙'이 인정된 만큼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도 재판부가 비슷한 판단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오는 24일 한차례 심리를 더 진행하며, 원고명단과 임금액수가 정리되면 이달말께 선고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 "기아차도 신의칙 적용 가능성 높아"

법조계 안팎에서는 기업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 발생할 수 있음을 근거로 법원 측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 현대차 노조의 임단협 투쟁 /사진=현대자동차노동조합 제공

신의칙 충족 기준은 대법원이 지난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한 근거로 △정기상여금일 것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노사가 합의하고 이를 토대로 임금 등을 정할 것 △근로자의 청구 인용시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할 것 등이다.

전문가들은 통상임금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법원이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경제적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임금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관련된 분쟁은 여전해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며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기준으로 '1임금산정기간'(1개월)이라는 정기성과 통상임금의 제외수당을 근로기준법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상임금 갈등으로 인한 노사관계 및 실업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 교수는 “독일, 미국, 일본에 비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파업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구조”라면서 "법원이 통상임금을 재정의하면 임금이 올라가 고용조정이 발생하거나 비용 전가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재계 "기아차 패소땐 경제적 피해·일자리 감소"

재계에서는 이번 통상임금 소송 선고가 국내 산업 전반에 걸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산업계 전체가 추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38조원으로 추산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역시 통상임금 판결 영향으로 완성차 및 부품사에서만 2만3000명이 넘는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아차가 패소하면 회사의 현금흐름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영세 부품협력업체들은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법원이 기아차의 소송으로 국내 전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의 1심 선고는 오는 31일을 전후해 내려질 전망이다. 기아차가 이번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회사는 즉시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충당금 규모를 1조원으로 산정하더라도 상반기 78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기아차는 당장 3분기부터 영업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기아차가 패소할 경우 회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최대 3조원 이상으로 이 경우 기아차의 경영 위기와 경쟁력 위기가 불가피하다. 이는 곧바로 기아차 1·2·3차 협력업체, 더 나아가 현대차까지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전망이며, 산업계 전반의 통상임금 관련 줄소송도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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