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후임 인선에 금융투자업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내부 승진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편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인사가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새 정부의 의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의를 표명한 정찬우 한국거래소(KRX) 이사장 후임 인선에 금융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정 전 이사장의 경우 ‘지난 정권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해 업계 안팎에서는 사의 표명을 진작부터 예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 사진=연합뉴스


정 이사장의 사직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후임 인선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관건은 ‘안에서 올라가느냐 밖에서 내려오느냐’다. 쉽게 말해 내부 출신 인사가 승진을 통해 이사장이 되는 방식이 될지 범정부 낙하산의 성격으로 외부 인사가 들어올지에 대한 관심이다.

거래소 이사장으로 내부 공채 출신이 승진하는 경우는 과거 딱 한 번 있었다. 공채 1기로 입사한 박창배 전 이사장이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이사장직에 재임했다. 이후 KRX 이사장은 주로 정부와 관계있는 금융계 인사가 외부로부터 오는 경우가 많아 뜻하지 않게 ‘낙하산’ 시비에 휘말리는 경우가 잦았다.

당연히 거래소로서는 내부 출신 인사가 승진하는 사례가 새로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거래소의 숙원과제 중 하나인 지주사 전환의 경우, 내부 출신이 아니면 사안의 중요성이나 의미를 온전히 알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정찬우 전 이사장의 경우도 지주사 전환의 적기를 놓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현 시점에서 내부 출신 인사가 KRX 이사장으로 승진할 경우 가능성이 높은 사람으로는 세 명 정도가 꼽힌다. 최홍식 전 코스닥시장본부장, 김재준 현 코스닥시장본부장, 강기원 전 파생상품시장본부장 등이다. 이들은 모두 1987년 입사한 공채 22기 동기이기도 하다. 특히 최홍식 전 본부장의 경우 코넥스 시장 개설 경험, 글로벌 경력 등이 탁월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인사로 손꼽힌다.

물론 외부인사가 올 가능성도 여전히 점쳐진다. 정권 초기인 만큼 ‘보은 인사’가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금융계 낙하산 인사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서 “정권의 시각에서 보면 금융계만큼 정부가 임명할 수 있는 주요 보직이 많은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RX 신임 이사장 역시 외부 출신에서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여전히 나온다. 이 경우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사람은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성진 전 조달청장, 이철환 전 거래소 시장감시본부장 등이다. 모두 범금융권 주요 보직을 거쳤으면서도 현재 비교적 운신의 폭이 자유로운 이들이다.

그러나 만약 외부 인사가 이사장으로 임명될 경우 다시 한 번 낙하산 논란이 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거래소의 경우 정찬우 이사장 임명 당시 낙하산 논란으로 ‘십자포화’ 수준의 비판을 받은 전력이 있어 또 다시 논란이 점화될 경우 부담이 크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거래소 이사장을 낙하산으로 임명할 경우 현 정권의 개혁적 이미지를 깨뜨리는 최악의 수가 될 수 있다”면서 “거래소의 발전이나 정부의 전략적 측면을 모두 고려했을 때 내부 인사 쪽으로 가닥을 잡기를 기대하지만 ‘현실’이 어디까지 허락해 줄지는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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