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병화 기자] 다음달(9월)부터 석달 동안 10만가구가 넘는 새 아파트가 집들이에 들어가면서 '입주대란'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6·19대책과 8·대책 등 두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입주대란이 현실화될 경우 집값 하락세와 함께 가을 이사철을 맞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도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수급상황이 다른 만큼 가을 이사철 전세시장도 지역별로 상당한 차별화를 보일 것이라는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11월까지 수도권 4만3000여 가구를 비롯해 전국에서 10만2238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9월 3만2370가구, 10월 3만4408가구, 11월 3만5460가구 등 입주 물량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늘어난 4만3184가구, 지방 5만9054가구(41% 증가)다.

신규 물량이 일시에 집중되면서 가을 이사철 전세시장은 지역별 차별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입주물량이 많지 않은 서울은 강남권 재건축 이주수요의 영향으로 전세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재건축과 재개발에 따른 이주수요는 5만여가구에 달한다. 특히 개포주공 1단지(5040가구)‧4단지(2840가구) 등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2만여가구가 이주를 앞두고 있다.

   
▲ 9월부터 11월까지 10만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신규 입주에 들어간다. 지역에 따라서는 입주대란 영향으로 역전세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이들 지역에서는 이미 전셋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이주를 시작한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5930가구) 인근에 위치한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4㎡의 경우 2개월 전 5억7000만원 정도였던 전세가격이 최근 6억3000만원 수준으로 6000만원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8·2대책 이후 매매 거래가 감소하고 전세 수요가 늘면서 품귀현상에 따른 전셋값 상승이 예상된다”며 “하지만 8‧2대책으로 매매가격 상승세가 둔화된 만큼 전셋값 상승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전세수요가 적인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은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도 예상된다.

입주 대란 속에 이른 바 ‘깡통전세’ 속출도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입주 대란으로 집값이 전세 보증금 이하로 하락해 집을 팔아도 전세 보증금을 채울 수 없는 상황이 늘어나는 구조다.

깡통전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세 보증금을 낮추고 일부를 월세로 전환한 반전세나, 월세를 찾는 세입자도 증가할 전망이다.

김 팀장은 “입주물량이 몰린 지역에서 예상되는 전세가격 하락과 깡통전세, 반전세 증가 등 주택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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