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파생상품 거래에 대해 양도 소득세를 부과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금융투자업계는 심각한 거래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파생상품 비과세를 지켜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야 정치권이 합의한 만큼 현재로써는 기획재정부와 계속 의견을 주고받는 것 밖에는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을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다.

◇국회 기재위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 여야 합의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조세개혁소위원회는 파생상품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담은 활동 보고서를 채택했다. 기재위는 향후 조세소위에서 시행 시점과 세율 등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여야가 합의한 만큼 양도세 부과는 확정적이라고 봐도 무관하다.

   
▲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나성린 소위원장 주재로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뉴시스

지난해 11월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이 제안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파생상품 양도소득에 연간 250만원을 공제하고, 10% 세율로 양도세를 과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행 시기는 2016년으로 정해 금융투자 업계와 국세청의 준비 기간을 주기로 했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메기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지나친 거래 부진 우려가 있다며 양도세 부과로 방향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수는 조금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지만 거래세를 부과함으로써 발생하는 심각한 거래 부진을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는 "거래세는 소득세보다 전체 파생시장 거래감소를 상대적으로 더 크게 야기할 수 있어 도입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정처는 정부안대로 거래세를 도입할 경우 선물 거래량은 13%, 옵션 거래량은 14%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증권가 거래위축 우려...거래소는 사실상 손놔

현재 증권업계는 정치권의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로 인한 거래위축을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거래 대금이 감소해 증권업이 전체적으로 고사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번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로 현물거래까지 위축되면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증권 이태경 연구원은 "이번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는 증권업으로써는 부담스러운 정책이고 당연히 악재"라며 "파생상품은 현물의 그림자같은 성격으로 현물 거래 위험을 헷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비용이 늘어서 현물거래까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 한국거래소 최경수 이사장은 서울 여의도 사옥 기자실에서 '창조금융과 시장혁신을 선도하는 글로벌 빅7 거래소'로 도약하기 위해 2020년까지 추진해야 할 중장기 과제를 발표했다/뉴시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의 맏형 격인 한국거래소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근본적으로 최경수 이사장은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는 인물로 정치권의 심기를 건드리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 이사장은 지난달 9일 취임 100일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정부에 현·선물 차익거래에 대한 증권거래세 감면을 적극 건의하고 있다"며 "파생상품거래세 비과세 방식은 현행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그의 '공언'은 '허언'이 되고 말았다.

현재 거래소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시장에 미칠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기재부 세재실과 계속 협의할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파생 시장에 세금을 부과하면 주식에 대한 헤지 수단이 없어져 결국 주식을 거래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시장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 문제로써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다른 것으로 알기 때문에 계속 기획재정부 세제실과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