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역대급 초강력이라는 '8·2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서울 주택시장은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고, 시세보다 싸게 나온 급매물도 팔리지 않은채 쌓여가고 있다. 일선의 부동산중개업소들은 '개점 휴업' 상태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8·2대책이 발표된지 3주…서울 주택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5개 권역별로 긴급 점검해본다.[편집자주]

[8.2대책 新부동산지도① 도심권]

[미디어펜=김병화 기자] “용산구를 비롯해 종로와 중구 등 실수요자들이 많은 도심권은 다를 줄 알았는데 힘들기는 매한가지네요. 용산은 개발호재도 많은 곳인데… 다들 눈치만 보고 있어요.”(서울 종로구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24일 찾은 서울 도심권(용산·종로·중구) 주택시장은 '8‧2 부동산 대책'의 후폭풍이 지나간 자리 곳곳에서 한숨과 탄식이 쏟아지고 있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8월 셋째 주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을 보면 용산이 보합세를 이어간 가운데 종로는 하락 전환, 중구는 미세하게 올랐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고강도 규제가 담긴 8·2대책의 충격에 관망세가 짙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거래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 전경.

▲ 신동아아파트 등 잘나가던 용산도 '주춤'
 
한국감정원 통계로는 대책 발표 이후 용산 아파트값은 3주째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용산민족공원 조성과 서울시가 추진하는 '용산마스터플랜' 등 굵직한 개발호재에도 불구하고 8‧2대책 충격 여파에 거래마저 급감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24일 기준) 용산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63건으로 6월(408건)과 7월(365건)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밀렸던 신고가 뒤늦게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소세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직까지는 큰 폭의 집값 하락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감정원 시세 조사를 보면 서빙고동 대표 단지인 신동아아파트 95㎡(이하 전용면적)의 시세는 평균 11억9000만원으로 지난 6월 11억8000만원에서 7월 11억9000만원으로 1000만원 상승한 이후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신동아아파트 95㎡는 지난 7월 14억원에 거래됐다.

신동아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위치한 신동아부동산 관계자는 "하루 평균 10건은 왔던 문의전화가 대책 발표 이후 뚝 끊겼다"며 "매물도 없고 찾는 사람도 없고 말 그대로 거래절벽"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매매‧전세‧월세 모두 가격에 변동이 없다"며 "이르면 다음달(9월)부터 주택거래신고제도 부활하다보니 너나 할 거 없이 눈치만 보는 상황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8‧2대책에 따라 오는 9월부터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3억원 이상 주택(분양권·입주권 포함) 거래시 신고제가 의무화되는데, 계약 당사자, 계약일, 거래가액 외에 자금조달계획 및 입주계획 등을 관련 서식에 따라 제출해야 한다. 

   
▲ 종로구 광화문 일대 전경.


▲ 종로‧중구 일대도 비수기 겹치며 거래 실종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종로구는 전주 대비 0.03% 하락한 반면 중구는 0.02% 상승했다.

아파트 거래 건수도 종로구가 7월 144건에서 8월 77건으로 감소폭이 컸고, 중구는 7월 179건에서 8월 155건으로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적었다.

특히 중구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8월 말까지 일주일이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전달보다 많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지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두 지역 모두 아파트 비중이 높지 않아 8‧2대책의 직격탄을 피할 수 있었지만 지역별로 일시적인 등락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구 충무로역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정비사업 예정지가 비교적 많은 종로구는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등 8‧2대책의 규제가 영향을 더 미친 것 같은데, 중구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며 "계절적 비수기(여름 휴가철)와 맞물려 중개업소 사무실은 파리만 날리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 혜화동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줄어들면 부동산 시장은 침체될 수밖에 없다"며 "8‧2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에서 불어오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 바람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 직격탄을 맞은 강남권과 달리 도심권은 8·2대책의 영향권에서 약간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워낙 집값 상승이 가팔랐던 만큼 거래가 줄고 오름세도 주춤하겠지만 매매가격이 크게 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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