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우 기자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청와대가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현 더불어민주당 당무감사원장)을 차기 금융감독원장으로 내정했다는 소식이 업계에 퍼진 것은 지난 23일경이다. 금융 분야를 오래 취재한 기자들에게조차도 익숙한 이름이 아니었다.

김 전 사무총장이 내정된 ‘맥락’은 이내 드러났다. 그는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되면서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현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2012년 18대 대선 때는 문재인 당시 후보의 경남지역 캠프 공동대표를 맡았다. 올해 대선에서도 경남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거를 치렀다. 한 마디로 경제보다는 정치와 훨씬 가까운 인물이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진주고·영남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김 전 사무총장은 공직생활 대부분을 감사원, 그 중에서도 비금융 분야를 감사하면서 보냈다. 돌려말할 여지가 전혀 없는 ‘낙하산’ 인사가 시작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경력이 전무한 사람을 금융감독기관 수장에 앉히려 한다는 점에서 낙하산 중에서도 상당히 특이한 케이스로 분류될 수 있다.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도 금융권 낙하산 인사가 문제가 되었던 사례는 있다. 대표적으로 정찬우 한국거래소 전 이사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있다. 이들은 모두 ‘친박’이라는 이유로 기용됐다는 비판을 강하게 받았다. 그런 그들조차도 다들 각자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었다. 최소한의 맥락은 갖추고 있는 낙하산이었다는 의미다.

   
▲ 사진=미디어펜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권은 물론 대한민국 역사를 통틀어 현재까지 남아 있는 모든 악습을 적폐(積弊)로 규정하고 개혁하려는 의지를 줄곧 드러내왔다. 그런 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80%에 육박하는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로 뒷받침되고 있다. 그런 새 정부가 궁극의 적폐라 할 수 있는 낙하산 인사를 답습하려 한다는 점은 심히 유감스러운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금융에 대해 상당히 일천한 의식을 갖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은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달 ‘100대 국정과제’가 발표됐을 때 일부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지었던 어리둥절한 표정을 아직 기억한다. 

새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국정과제가 100개나 나왔는데 그 중에서 금융 ‘핫이슈’는 사실상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업무량이 적어져서 좋다고 해야 할지, 금융권의 미래가 암담해졌다고 봐야할지 모르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금융이란 그저 ‘돈놀이’일 뿐이므로 금융권 수장으로도 ‘군기반장’을 앉히면 좋은 나라가 올 거라는 게 문재인 정부의 인식이라면 향후 5년간 한국 금융의 앞길 그 자체가 적폐가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새 정부는 현재 고려하고 있는 금감원장 낙하산 인사계획을 당장 철회하고 금융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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