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출구전략 보이지 않는 이재용 공백
삼성 가치훼손 곤란…증거에 의한 판결 절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그동안 조마조마 하면서 버텼는데 이제는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 정말 힘들어 질 것 같아 정말 걱정입니다.”

지난 25일 이재용 부회장이 5년형을 선고 받은 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이 말하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경영일선 복귀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그룹 전체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 삼성 서초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삼성 안팎에서는 앞날에 대한 근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삼성이 걱정하는 부분은 미래성장동력 확보다. 삼성전자의 역대 최고 실적 등은 2~3년 전부터 준비한 노력의 결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와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총수를 중심으로 앞을 내다본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지금의 삼성을 만든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총수 한 명 없다고 삼성 전체가 흔들리겠냐는 말들이 나온다. 그러나 그룹의 맏형격인 삼성전자만 살펴봐도 총수 유무에 따른 움직임의 확연히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해외기술기업 인수합병(M&A)을 활발하게 진행했다. 이를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포석이었다. 지난해까지 최근 2년 사이 삼성전자는 미국 전장기업 하만 등 9건의 굵직한 M&A를 성사시켰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올해는 과감한 베팅을 찾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권오현 부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들이 이끌어갈 예정이다. 최근 이 부회장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권 부회장의 피로감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업 현안을 제대로 챙기기 어렵다는 얘기가 회사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반년은 잇몸으로 버텼지만 앞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임직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사태를 수습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해외를 오가며 주요 투자자들과 거래선을 만나며 신뢰를 유지했다.

현재 삼성은 총수 실형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있다. 그룹의 중대사가 발생해도 총수가 직접 발로 뛸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선다고 해도 총수가 갖는 무게감을 대신하기 어렵다.

법원의 이번 판결로 삼성의 브랜드 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 주요 외신들은 이 부회장 판결 소식을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삼성이 세계무대에서 쌓아온 명성과 장기 전략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했다.

   
▲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을 나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삼성과 우리 경제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 제조업 전체 영업이익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흔들릴 경우 경제 전반에 악영향은 불 보듯 뻔하다.

1심 판결에 대해 법조계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확증 보다는 정황에, 또 사회적 분위기에 재판부가 휘둘리지 않았냐는 것이다. 재계의 아쉬움은 더 크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기업인이 어디 있겠냐며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1심 판결은 이미 쏟아진 물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최종 판결은 대법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4차산업혁명시대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할 수 있는 기업의 경쟁력을 담을 수 있는 그릇까진 깨는 일이 생겨서는 곤란하다. 앞으로 계속될 상급법원의 재판에서는 법과 증거만 의한 합리적 판결이 필요하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