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육박 지지율은 권력-대중 사이의 이례적 '유착' 알려주는 증거
   
▲ 조우석 언론인
이 나라의 많은 매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문재인 정부의 첫 100일이 성공적이며, 80%에 육박하는 높은 지지율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반면 높은 지지율에 당혹감을 표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악재 돌출에도 지지율 고공행진이 거듭되는 게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여일 새 살충제 계란 파동을 포함한 악재가 어디 한두 개였나?

일테면 새 정부 시작 직후 드라이브를 걸었던 비정규직 제로 선언은 벌써 부작용을 보인다. 탈원전엔 전문가 70~80%가 반대다. 명백한 방송장악 음모로 지목되는 공영방송 비판을 대통령 자신이 반복하니 모두가 마음 편치 않다. 경제가 좋아진다는 징후도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 외교안보 불안이 목덜미를 죄어온다. 사드 문제도 답답하지만, 레드라인 발언이 우릴 놀라게 했다. 북한이 ICBM에 핵탄두 탑재를 완성하는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금지선이란 얘긴 한국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본질적인 문제제기 없으며, 또 그런 불안요인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혁명 권력과 홍위병 대중, 손 잡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지지율 고공행진은 임기 초의 허니문으로 볼 수 없으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1~2년 새 지지율 고공행진은 계속 유지된다고 보는 게 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노무현 말기 최악의 지지율 하락을 떠올리고, 기세 좋게 출발했던 김영삼 정부가 어떻게 추락했던가를 지적하지만, 그것도 예날 얘기다.

   
▲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 외교안보불안, 탈원전, 살충제 계란 파동 등 반대여론이 높거나 악재 돌출에도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그렇게 전망하는 건 어느 순간 이 나라 이념지형이 완전히 바뀐 것을 감안하라는 지적이다. 즉 국민 대다수가 좌향좌하면서 보수 우파가 폭망하고 좌파는 엄청난 반사이익을 챙겼다. 그렇지 않아도 기우뚱했던 이념의 운동장이 지난해 말 탄핵국면과 올해 5월 대선을 기점으로 완전히 뒤집힌 상황이 바로 지금이다.

그걸 두고 문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촛불혁명으로 열린 국민주권 시대" 혹은 "직접 민주주의"라는 문패까지 달아줬으니 지금 권력-대중 사이에 전에 없는 유착의 국면이 활짝 열렸다. 지지율 80%란 것도 실체가 아주 없지 않다. 대선 당시 문재인 득표율(41.1%)에 안철수 득표율(21.4%)까지 합쳐지고, 여기에 쏠림현상이 가세한 상황이다.

즉 대한민국 국민들은 '좌익 무죄, 우익 유죄' 환경에 적응할 준비를 이미 마쳤는데, 세대별로 봐도 그렇다. 20~40대 젊은 세대의 경우 학생 땐 전교조 교육에 세뇌됐고, 사회에 나와서는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장악한 미디어에 다시 오염된다. 386세대인 50대야 말할 것도 없다.

그걸 확인해줄 증거야 역대 대선-총선에서의 투표성향을 비롯해 차고도 넘치는데, 포털에 달린 댓글만도 그렇다. 자유한국당이나 대기업 관련 기사에는 '묻지마 공격'이 기본이고, 문재인 관련 기사엔 바로 열광한다. 그런 도착(倒錯)된 시민의식이 섬뜩할 정도다. 동맹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겐  적대적이며, 북한에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우호적이다.

그 정도야 익명의 공간에서 무책임하게 한 번 해보는 소리라고? 아니다. 그건 이미 구조화된 한국인의 집단정서라고 봐야 한다. 오랜 훈련 기간도 거쳤다. 좌익적 정치질서가 도입단계이던 10년 전 노무현에 대한 지지가 다분히 충동적이고 일시적인 것이었다면, 지금 문재인 정부에 대한 열광이란 신념화되고 제도화된 형태로 굳어졌다.

그럼 앞으로 그게 어떻게 작용할까? 그게 관건인데, 지지율 80% 내외가 고공행진하면서 오래 지속될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최악은 문재인 정부가 실정을 거듭해도 지지율이 꺾이지 않으며, 준 혁명적 정치질서를 덜컥 결정한다 해도 대중은 이에 열광할 것이다.

즉 경제불황-안보불안 등 현실이 안 받쳐주고, 그게 국가불안과 함께 국민 개개인의 삶의 기반을 허물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른바 진보적 신념에 가려 그런 게 정상이고, 세상이 다 그런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걱정은 그래서다. 최근 어느 신문은 지지율 독재를 지적하면서, 권력의 오만과 독선을 경계했지만,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곧 한반도 질서 격변이 시작된다

너무 표피적인 관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테면 지지율 고공행진 속에 개혁으로 포장된 '저강도 체제변혁-민중혁명'이 진행되고, 대중의 열광적 반응이 계속될 경우를 가정해보라. 보다 구체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곳곳에서 조기 남북정상회담을 서두르고 있다는 징후를 보인다.

올해 연말쯤에 그게 덜컥 성사될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때 한반도 질서가 모두 바뀌면서 정말 문제가 시작된다. 연방제와 연합제를 절충한 통일방안 합의를 포함해 국가 보안법 철폐, 미군 철수 내지 위상 변경 시도 등 빅 카드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행 헌법 상의 영토 조항 변경 등도 등장할 수 있다.

그 경우 대한민국 국민들이 굳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일까? 언론에서 본질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능할까? 외려 그것이야말로 선진화의 길이자, 민족의 미래라고 반길 가능성이 높다. 건국 이래 유지돼온 자유민주주의의 몰락은 삽시간에 이뤄진다.

달리 말해 민중혁명 정부와, 홍위병 국민 사이의 거대한 유착 속에 한국사회는 준(準)혁명적 상황의 한복판에 걷잡을 수 없이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게 실로 큰 걱정인데, 바로 다음 회 한 번 더 작금의 상황에 대한 역사적 성찰을 진행해볼 생각이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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