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현 시점서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 낮아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제공=한국은행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은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대됨에 따라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증가속도나 총량수준이 높아 소비 및 성장을 제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한은이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현안보고에 따르면 7월말 이후 금리 및 환율이 상승하고 주가가 하락했다. 올해 초 이후 큰 폭의 유입세를 보이던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이달 들어 순유출로 전환됐다. 다만 8월 중순 이후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도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통화가치 및 주가가 하락하거나 상승폭이 크게 둔화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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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국제시장에서 북한 리스크가 크게 높아졌으나 실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높지 않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기대 약화 등 우호적인 국제금융시장 여건이 투자심리 위축을 완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북한 리스크가 실제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상황 전개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실제 무디스와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는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 및 전망을 각각 Aa2, AA로 현 수준에서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참가자들은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당기간 지속되고, 상황에 따라서는 긴장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시장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계부채 문제도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지난 6월말 현재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는 1388조원으로 전년 동월 말과 비교해 10.4% 증가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급증세를 보였던 지난해보다는 낮아졌으나 예년 수준을 여전히 상회하고 있다. 실제 2015년 10.9%였던 가계부채 증가율은 지난해 11.6%로 늘었다.

대출종류별로 주택거래량 증가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이 10.6% 늘었고, 비주택담보대출 등 기타대출도 9.7% 증가했다. 금융기관별로는 올해 들어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비은행 대출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달 중에도 주택시장 규제강화에 따른 선수요 등으로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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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한은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증가속도나 총량수준이 높아 소비 및 성장을 제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015년말 자금순환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GDP대비 가계부채비율(91.0%)은 OECD국가 평균(72.4%, 27개국)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리금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가구가 전체의 70%에 달하고, 이 가운데 75%는 소비지출 및 저축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하는 과정에서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의 부채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신용 7~8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인 취약차주와 가구의 소득과 자산 양 측면에서 부채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고위험가구 등의 부채가 2015년 이후 크게 늘었다.

실제 취약차주의 경우 2015년 73조5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79조5000억원으로 6조원 늘었다. 고위험가구는 2015년 46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15조6000억원 늘어난 62조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다만 현 시점에서는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내다봤다. 가계부채가 상환능력이 양호한 계층에 집중돼 있고 가계부채의 구조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 상환능력이 양호한 계층인 고소득(상위 30%) 차주의 비중은 65.5%를 차지하고 있고, 고신용(신용등급 1~3등급) 차주 비중은 65.7%다.

또한 가계부채의 구조가 개선됐다고 판단한 분한상환 비중과 고정금리 비중도 늘어났다. 2013년말 18.7%를 보였던 분할상환 비중은 올해 1분기 말 46.5%로 늘었다. 고정금리 비중은 같은 기간 15.9%에서 43.6%로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BIS 자기자본율이 규제 기준을 크게 상회하는 등 금융기관의 복원력도 양호한편이다”며 “앞으로 가계부채는 정부와 감독당국의 8‧2대책과 9월 중 발표예정인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