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은 신용거래 융자이자가 상반기 기준 3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드러났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최근 금융당국이 적정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보여주기식’ 규제라는 비판과 맞물려 과잉대응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주식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빚 권하기’ 경향이 가속화 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49개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신용거래 융자 이자수익은 총 2887억원을 기록했다.

   
▲ 사진=연합뉴스


신용거래 융자 이자수익이란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사기 위한 돈을 빌려주고 거둬들인 이자수익을 의미한다. 이자수익이 높다는 건 자연히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많은 돈을 빌려줬다는 의미가 된다.

올해 상반기 이자수익 2887억원은 전년 동기 2821억원에 비해 2.3%(65억원) 증가한 수치다. 2015년 상반기 2759억원과 비교해도 4.6%(128억원)이나 늘었다.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모습이다.

투자자들이 빚까지 내며 주식투자에 나선 맥락은 ‘코스피 사상최고치 행진’으로 대변된다. 국내 증시가 기록적인 랠리를 이어가면서 빚을 내서라도 상승장에 들어가려는 수요가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가 된다.

한편 증권사들 역시 투자자들에 대한 금리를 낮지 않은 수준으로 유지한 것도 이자수익 향상에 보탬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달 현재 증권사들이 신용거래 융자에 적용하고 있는 이자율은 평균 연6.9% 수준으로 상당히 높다.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의 8월 평균 신용대출 금리가 4.1%였음을 감안하면 2.8%p나 높은 수준이다.

‘저금리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증권사들이 매우 높은 신용대출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최근 금융당국은 ‘단속’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증권사들에 대한 ‘적정성 모니터링’ 강화조치를 천명하면서 군기 잡기에 나섰다. 이 문제가 당장 올해 10월부터 시작될 국정감사에서 거론될 가능성이 거의 100%이기 때문에 미리부터 조치를 취해놓아야 한다는 계산이 섰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의 개입은 언제나 그렇듯 또 다른 논란을 촉발하고 있다. 대출금리는 금융사들의 ‘원가’인 만큼 당국이 직접 개입해 영향을 끼치려는 자체가 반시장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는 증권사들이 대출금리만큼은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에 대해 필연적으로 당국의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증권사들에 대한 신용대출 담합 의혹은 작년부터 있어왔다”면서 “당국의 모니터링 필요성은 있지만, 새 정부 출범 분위기와 맞물려 개입이 과도하게 진행되면 시장 전체의 위축이 야기될 수 있으므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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