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LG 감독 돌연 사퇴 왜?...성적부진? 구단과 갈등? 한화 빈볼시비?

LG 트윈스의 김기태(45) 감독이 시즌 초반에 돌연 사퇴해 팬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김기대 감독은 23일 삼성 라이온즈와 LG의 경기가 열린 대구구장의 LG 쪽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LG는 이날 경기 후 김 감독이 자진사퇴를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 김기태 LG 트윈스 감독이 23일 돌연 사퇴해 팬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사진=뉴시스 자료사진


2012년부터 LG를 이끈 김 감독은 LG의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지도자다. 선수 시절부터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한 김 감독이 LG 지휘봉을 잡은 직후에는 효과가 드러나지 않았다. LG는 2012년 57승72패4무를 기록, 7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김 감독의 지휘 속에 똘똘 뭉친 LG는 74승54패를 기록하고 정규리그 2위에 올라 11년만에 가을잔치 무대를 밟는데 성공했다.

이런 김 감독이 시즌 초입에서 사퇴를 선언해 충격을 안기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LG의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있다. LG는 23일까지 18경기에서 4승13패1무를 기록해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이날까지 최근 11경기에서 LG는 1승10패를 기록했다. 한 차례 6연패를 겪은 LG는 지난 18일 한화를 5-2로 꺾으며 연패 탈출에 성공했으나 이후 내리 패배해 이날까지 4연패에 빠졌다.

그러나 시즌은 길다. 아직 18경기 밖에 치르지 않아 110경기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지난 시즌에도 4월까지 LG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의기투합한 LG는 지난해 5월부터 매서운 상승세를 자랑해 정규리그 2위까지 올라섰다.

이렇게 이른 시일 내에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은 1990년대 들어 처음이다.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박현식 감독과 해태 타이거즈의 김동엽 감독이 13경기만에 물러난 적이 있다. 백인천 감독은 1983년 16경기만에 MBC 청룡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단지 성적부진만으로 사퇴를 결정했다고 보기에는 궁금증이 일 수 밖에 없다.

자존심이 강한 것으로 잘 알려진 김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놓을 것일 수도 있다.

구단의 충분하지 않은 지원도 김 감독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2년 LG는 2011시즌을 마치고 풀린 자유계약선수(FA)를 하나도 잡지 못한데다 승부조작 사태로 선발투수 2명을 잃어 힘든 상황이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도 LG에 이렇다할 전력 보강은 없었고, 외국인 선수 영입도 난항이었다.

지난 20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일어난 빈볼 시비로 비난의 중심에 선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