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에 운명이 날이 찾아왔다. 이란과의 복수혈전이자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이 걸린 중요한 일전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을 벌인다. 한국은 이란전을 치르고 나면 우즈베키스탄과 9월 5일 원정경기로 이번 최종예선 일정을 마무리한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은 러시아행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A조에서 한국은 2위에 올라 있다. 조 2위까지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데 승점 13점의 한국은 3위 우즈벡(12점)에 불과 1점 차로 앞서 있다. 조 1위 이란은 승점 20점으로 이미 러시아행을 확정지은 상태다.

   
▲ 이란과의 결전을 앞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으로서는 일단 이란전을 이겨 2위 자리를 지켜놓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만약 이란에 패한다면 벼랑 끝에 몰린 채 우즈베키스탄 원정길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된다.

이란은 한국에 얄밉고도 힘겨운 상대다. 역대 전적에서 한국은 9승 7무 13패로 열세다.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지난해 10월 최종예선 4차전 이란 원정에서도 0-1로 패했다. 2011년 1월 아시안컵 8강전에서 만나 이긴 후 6년 넘게 이란을 상대로 승리한 적이 없다.

단순히 열세를 만회하는 차원을 넘어, 이란전에서는 풀어야 할 한이 많다. 한국 축구팬들에게 가장 치욕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는 2013년 6월 18일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 홈으로 이란을 불러들여 울산에서 치른 이 경기에서 한국은 0-1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한국을 꺾고 8년만에 월드컵 본선행을 이뤄낸 이란은 케이로스 감독이 한국 벤치 쪽을 향해 주먹감자를 날리는 모욕적인 행위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한국은 이런 수모를 당하면서 이란에 조1위를 넘겨줬고, 우즈베키스탄에 골득실에서 앞서 간신히 브라질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이후 한국이 이란을 시원하게 꺾어 빚을 갚아주기를 바랐지만 2014년 친선경기에 이어 지난해 최종예선에서도 내리 0-1로 패하며 아직도 설욕을 못한 상태다. 이란은 한국을 만나면 거친 플레이로 신경을 건드리고, 먼저 골을 넣으면 '침대축구'를 서슴치 않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이번 이란전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서로 상대방을 잘 알기 때문에 허를 찌르는 전략도 중요하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강한 정신력으로 중무장하고 나서야 한다. 

신태용 감독은 "이란의 가장 큰 장점은 선수비 후역습이다. 케이로스 감독의 생각을 선수들이 잘 이행하고 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서 선수가 바뀌어도 패턴은 변하지 않는다. 신체적인 조건이 좋아 힘과 세트피스가 위협적"이라고 이란이 강한 상대임을 인정하면서 경계했다.

상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니 깰 비책도 마련해뒀을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고 갑작스럽게 대표팀을 떠맡은 신 감독은 이번 이란전을 앞두고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호기롭게 가진 전력을 공개하며 정면승부를 걸어왔던 평소의 스타일 대신 비공개 훈련도 하고 스타팅 멤버에 대한 언급도 자제했다. 반드시 이란을 잡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란 격파를 위해서는 수비진의 철통 봉쇄가 기본인 가운데 공격진에서 이른 시간 골을 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란에 선제골을 내준다는 것은 곧 침대축구의 악몽에 또 시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 감독은 다양한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 다만, 공격의 핵이 될 손흥민과 황희찬이 부상으로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라는 점은 우려스럽다. 둘이 스타팅 멤버로 나설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손흥민은 지난 6월 카타르전에서 팔 골절상을 입었다. 부상은 완쾌됐고, 소속팀 토트넘에서도 시즌 개막 후 교체와 선발로 경기에 나섰다. 오프시즌 훈련량이 적을 수밖에 없었던 점 때문에 부상 이전과 같은 날카로운 모습은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황희찬은 절정의 골 감각을 보이다 무릎 부상 여파로 최근 소속팀에서 2경기 연속 결장한 것이 걱정된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 이동국 염기훈 김신욱 이근호 등 K리그 정예 공격수들을 대거 선발했다. 한국이 어떤 공격 조합을 들고나와 이란을 허물어뜨릴 것인지, 운명의 일전이 다가올수록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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