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경총 등 "사회비용 천문학 수준"
"노사간 신뢰 무너뜨린 판결" 우려 표명
[미디어펜=최주영·나경연 기자]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은 판결이 나오자 경제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경제단체들은 가장 먼저 "향후 기업의 투자 위축과 일자리 감소를 부추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31일 기아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의 1심 선고에서 ‘인용’ 판결 소식을 들은 재계는 "향후 기업의 투자 위축과 일자리 감소를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미디어펜 DB

이날 오전 10시 열린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선고공판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재판장 권혁중)는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기아차가 당기 순이익을 거뒀고 경영상태가 나쁘지 않다”며 “기아차의 노조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인용판결의 근거를 밝혔다.

이같은 판결에 대해 재계는 자동차 업계와 산업계 전반에 통상임금에 대한 노조의 압박이 커질 것은 자명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원이 기아차 노조 손을 들어줌으로써 앞으로 기업이 감당해야 할 사회비용은 천문학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박재근 기업환경조사본부장 명의로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제시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상급심에서는 보다 심도 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통상임금 소송은 노사 당사자가 합의해온 임금 관행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노사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다”고 이번 판결에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전경련도 “과도한 인건비 추가부담 등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한 통상임금 정의 규정을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인해 기아차가 패소하면서 인건비 등 고정비가 상승할 경우 기업은 투자와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으며, 경영상황이 악화될 경우 구조조정을 통한 인위적인 인력감축에 나설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기업의 인건비 상승은 주한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 지속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암참은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와 주한 외국 기업의 투자 경영 환경 만족도 조사를 인용해 "통상임금 관련 정책 역시 근로자·노동시장의 번영과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 제거 및 기업 경쟁력 유지가 모두 고려된 균형 잡힌 결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상가상으로 사드사태 이후 사실상 차입경영을 하고 있는 기아차가 적자를 맞게 되면 기아차의 위기가 현대차그룹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 1차 협력업체 300개사의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인원은 542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5888명보다 8%나 감소한 수치로 자동차 산업계의 불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완성차업체의 경영난은 부품업계 경영난으로 이어지며, 부품 공급망이 무너지면 다시 완성차업체도 타격을 받게 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며 “한국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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