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시장에서 거래되던 금 거래를 양성화 시켜 세수 확보와 함께 투명한 시장으로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출발한 KRX금시장이 개설 한 달을 맞았지만 성과가 부진하다.

국제 금 시세보다 가격이  높아서 팔려는 사람만 많고 세금 문제 때문에 사려는 사람은 없어 거래가 극히 부진하기 때문이다. 한국 거래소도 이와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세무조사 면제 등 대량 거래업자의 진입을 유도하고 있다.

◇하루 평균 거래량 3.7kg...가격 경쟁력에 밀려

KRX금시장이 개장 한 달째를 맞지만 거래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KRX금시장 개장 이후 지난 21일까지 총 거래량은 74.587㎏, 하루 평균 거래량은 3.729㎏에 달했다. 이는 하루 평균 적정 거래량 10㎏에 훨씬 못 미치는 규모다.

거래대금은 점차 감소 추세다. 지난 한 달간 KRX금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억6723만원에 그쳤다. 개장 직후 거래대금은 일평균 1억~2억원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 18일에는 하루 거래대금이 6670만원으로 집계돼 1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 KRX금시장 거래 현황/뉴시스

이처럼 KRX금시장이 부진한 이유는 가격 경쟁력에서 기타 금시장보다 밀리기 때문이다. KRX금시장의 금 가격은 개장 이후 한 달 내내 국제 금시세보다 높게 형성됐다.

지난 17일 1g당 금 현물 거래는 전날보다 30원(0.07%) 오른 4만3780원에 마감했다. 이는 같은 날 국제 금시세 4만3470원보다 310원 높은 수치다. 아울러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줄어들면서 금 투자 전망이 어두워졌다는 것도 금시장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유진투자선물의 김대형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회복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사태 및 신흥국 금융불안의 완화 등으로 안전자산보다 위험자산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금값이 추가 하락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금 도매업자 참여 절실..농특세 면제 등 보완규정 마련해야

금시장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금을 대량으로 사고파는 도매업자들의 시장 참여가 저조하다. 금시장의 금값이 장외시장 도매가격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또 면제된 세금에 대해 20% 농특세를 부과하다보니 세금 감면 혜택 효과가 크게 준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금을 사기 위해 시장에 참여하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따라서 현재는 개인투자자의 시장참여 비중이 약 51%를 차지하고 있다.

   
▲ 최근에는 국제 금 시세와 KRX금시장과의 가격차가 줄어들어 희망이 보이고 있다. 국제 금시세를 100으로 환산했을 때 개장 1주차 101.4였던 KRX금시장 시세는 4주차 100.9까지 좁혀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제 금 시세와 KRX금시장과의 가격차가 줄어들어 희망이 보이고 있다. 국제 금시세를 100으로 환산했을 때 개장 1주차 101.4였던 KRX금시장 시세는 4주차 100.9까지 좁혀졌다.

거래소는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KRX금시장이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거래소는 도매사업자에 대한 시장참여 확대를 위해 협의대량매매제도 도입, 적격수입금리스트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원대 거래소 부이사장은 "KRX금시장의 거래량이 아직은 부족하지만 장외시장 대비 거래편의성과 가격의 이점이 있는 만큼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며 "실물사업자 및 일반투자자 등 시장참가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시장 활성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 공도현 팀장은 "공급과잉 시장에 균형을 맞추고 금 가격을 국제 시세의 0.5% 이하로 낮추기 위해서는 수입금에 대한 농어촌특별세(0.6%)를 면제하는 등 보완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