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선단장이 부재중이어서 미래를 위한 투자라든지 사업구조 재편에 애로사항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실형 선고에 대해 언급했다.

윤 사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 '국제가전전시회(IFA) 2017' 개막을 앞두고 베를린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토로했다. 삼성그룹을 대규모 선단, 이 부회장을 선단장, 자신을 선단을 구성하는 한 어선의 선장으로 비유한 것이다.

윤 사장은 '총수 공백' 장기화 사태를 우려하며 "지금 IT업계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 변화 속에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인데, 저희(각 부문장)가 사업구조 재편이나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고 고백했다.

   
▲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31일(현지시간) "선단장이 부재중이어서 미래를 위한 투자라든지 사업구조 재편에 애로사항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실형 선고에 대해 언급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어 "선단장 없이 고기를 잡으러 가는 게 외부에서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희는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반도체 사업이 잘되고 있으나 부회장의 부재가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 3~5년 뒤의 비전으로 향하기 위해 필요한 구조개편이나 M&A가 중단돼 있기 때문에 무섭고 두렵다"며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참담하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윤 사장은 또 "사내에 이사회 산하 경영위원회가 있어서 사업재편이나 대형 M&A 등 여러 의사결정을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게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고 있다"며 "최근 인공지능(AI) 부문에서 M&A를 시도했으나 협상 막판 단계에서 무산된 사례까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심 선고 이틀 전인 지난 23일 이 부회장을 면회했다”며 "(이 부회장은) 비즈니스에 관련된 얘기를 했고, '1등'에 대한 말을 했다"고 전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 가정이든 사업이든 가장 중요한 게 오너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 사업에 대해서는 제가 주인이라고 생각하지만 부회장에 비하면 1000분의 1도 안 된다"며 "그런 오너십이 오늘의 삼성을 이뤘는데, 지금 그게 부재중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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