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자회사 직원 폭행으로 ‘갑질 논란’을 일으킨 KTB투자증권 권성문 회장에 대한 비판론이 횡령‧배임 문제로까지 확산된 가운데, 이번 사태의 본질은 ‘경영권 분쟁’이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이미 권 회장의 리더십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에 대한 논란과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시작은 이른바 ‘갑질논란’이었다. 지난달 24일 한 매체는 권 회장이 출자회사 직원에게 발길질을 하는 영상을 공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단순한 폭행 뿐 아니라 권 회장이 해당 직원과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발설금지’ 조항을 과도하게 적용하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더욱 커졌다.

   
▲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이 연이은 논란으로 리더십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 대주주 자격 유지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은 KTB투자증권 전경 /사진=KTB투자증권


지난주에는 설상가상으로 금융감독원이 권 회장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를 포착해 검사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미 당국은 지난 3월 KTB투자증권 등 금융투자사 3곳에 대한 현장 검사를 나간 후 권 회장의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권 회장으로서는 완벽한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일련의 상황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내용인즉슨 이번 ‘KTB 사태’의 배경에 경영권 분쟁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이 권 회장과 경영권 문제로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이번 논란이 촉발됐다는 것이다.

단순한 ‘음모론’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정황은 권 회장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가 상당히 구체적인 제보에서 비롯됐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슷한 내용의 제보가 작년 가을과 올해 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것으로 안다”면서 “권 회장이 도저히 피해갈 수 없을 정도로 세부적인 제보가 나왔다는 점에서 내부자가 직간접적으로 개입돼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권성문 회장에 대한 제보 내용에는 지난 수년간 권 회장이 해외출장을 나가서 사용한 경비내역과 권 회장 측근 임원의 법인카드 사용내역 등이 구체적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부자의 직접 제보 혹은 도움 없이는 나오기 힘든 내용이다.

작년 7월께부터 회장-부회장 갈등설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KTB투자증권은 현재 이병철 부회장이 지분을 급속도로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7월까지만 해도 8.19%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던 이 부회장은 지난달 기준 지분율을 14.0%까지 늘린 상황이다. 물론 권 회장은 여전히 KTB투자증권 1대 주주로서 지분 20.22%를 보유하고 있지만 두 사람의 격차가 확연히 줄고 있는 모습이다.

권 회장의 리더십이 결정적인 위기에 봉착한 작금의 상황은 결국 차기 리더십, 즉 이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의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이 간 상태”라면서 “권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가 확정될 경우 경영권 유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권 회장 측 관계자는 "금감원 쪽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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