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자주 아마추어 접근, 수비 대신 공세적 접근 이익균형점 찾아야
   
▲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한미FTA협정의 폐기방침을 시사한 것은 충격적이다.

북한이 지난 주말인 3일 6차 핵실험을 도발한 상황에서 불거진 FTA협정 폐기설은 백척간두에 있는 한반도 안보마저 위태롭게 한다. 살얼음판을 걷는 한국경제에도 심각한 파장을 가져온다.

트럼프의 폐기 입장은 미국우선주의와 달러중시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트럼프는 정신분석학의
대가 칼 융을 사숙했다. 융은 페르소나와 그림자간의 관계를 밝혔다. 가면과 내면의 모습은 다르다는 점을 중시했다. 융의 라이벌 프로이트는 인간의 무의식을 좌우하는 리비도를 성적 에너지로 간주했다. 융은 프로이트와 달리 리비도에 대해 성적 에너지가 아닌, 일반에너지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융의 이론을 수용해 미국인들의 억눌린 내면세계를 대변했다. 인종차별 여성차별 무슬림 비판발언등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백인 하층민의 집단무의식을 공개적으로 표출해 민주당의 힐러리후보를 누르고 지난 대선에서 승리했다.

트럼프가 한미FTA협정을 무효화하겠다는 것은 미국인들의 억눌린 불만을 대변하는 것이다. 양국협정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집단무의식을 대선에서 최대한 활용했다. 그는 한미FTA협정에 대해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장착용 핵탄두 실험 강행 와중에서 트럼프가 양국협정의 백지화방침을 밝힌 것은 한미동맹과 경제문제는 분리대응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 후 오바마 전대통령의 야심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없앴다. 유엔회원국들이 합의안을 마련했던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도 탈퇴했다. 트럼프는 미국인의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라면 기존 협정등의 폐기를 서슴지 않는다. 

   
▲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한미FTA 협정 폐기방침을 밝힌 것은 한국경제와 안보동맹에서 심각한 악재가 된다. 우리 통상팀은 재협상을 완강하게 거부하지 말고, 상호 이익의 균형차원에서 공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수비적 대응은 가장 불리한 협상이다. /트럼프대통령 페이스북

트럼프의 폐기방침은 불길하다. 김정은의 핵실험 도발 시점에서 터졌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와의 신뢰구축에 대해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표시로도 보인다.

트럼프행정부와 문재인정부는 북핵폐기 해법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문대통령은 제재속 대화 병행이라는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해 미국의 불만을 초래했다. 트럼프는 북한의 막가파식 도발과 국제사회 조롱에 대해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문재인정부의 대화노선은 북핵해법과 관련해 효과가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드배치를 둘러싸고 문재인정부가 어깃장을 놓거나, 뜸을 들이는 것도 트럼프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트럼프는 북핵해법을 위한 세컨더리 보이콧 등 강력한 제재와 압박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대북평화와 대화에 매달리는 문재인정부와 스탠스가 다르다. 북한 김정은정권은 문재
인정부의 소박한 대화제의와 평창올림픽 공동개최 방안등에 대해 조롱하고 있다.

한미FTA재협상 과정에서 한국측의 완고한 입장도 미국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워싱턴정가에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 한국 재협상팀의 개정 거부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문재인정권을 떠받치는 중심세력은 386세대와 반미성향의 전대협출신들이다. 우리 협상팀이 지나치게 목이 뻣뻣한 게 미국측의 불만을 사고 있다.

우리 협상팀의 자세는 최악의 자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협상 실수를 자초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도발로 인한 결정적인 상황에서 트럼프가 문재인정권에 한방 먹였다. 미국 통상법상 FTA파기는 대통령의 전권사항이다. 이대로가면 트럼프가 주도한 안보와 통상 빅딜로 끌려갈 뿐이다.

   
▲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한미FTA 재협상 방식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아마추어적 협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문재인정권의 반미자주파를 의식한 뻣뻣한 협상태도는 안보와 경제동맹 모두를 위태롭게 만든다. 이번 기회에 개방을 거부하는 법률 교육 의료 등 서비스시장의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연합뉴스

한미FTA 재협상은 수비적 입장으로 가면 안된다. 서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은 새로운 개념의 이익 균형점을 찾아가야 한다. 공세적 입장으로 가야 한다.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 우리의 국익을 관철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기득권세력이 개방을 거부하는 법률 및 교육 의료 등 서비스시장을 열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경쟁체질을 키워 일자리창출과 새로운 먹거리로 키워야 한다.

미국은 철강 알루미늄 조선 자동차 반도체등의 교역불균형이 제조업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교역불균형은 미국의 안보마저 위협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가 이런 인식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측이 FTA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자고 고집을 부리는 것은 가장 불리한 대응이다. 미국에 대해 우리가 동문서답으로 대응하고 있다.

맥 마스터 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참모들은 한미FTA 폐기에 대해 부정적이다. 미상의도 FTA타결이후 미국의 대한수출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폐기강행시 백악관과 미재계간 관계가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쇠고기 등 농축산물을 한국에 수출하는 네브라스카주 밴 새스 상원의원(공화)도 강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재계와 정치권의 의견을 수렴해 폐기 카드를 접을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는 상대방의 약점을 최대한 공략해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는 거래의 기술분야 달인이다. 그의 협상가적 기질을 감안하면 우리가 대폭 양보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문재인정부는 한미FTA재협상에서 마냥 뻣뻣한 입장만 고수하지 말아야 한다. 수비적 입장에서 벗어나 상호이익의 균형을 찾아가는 공세적 협상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반미성향의 좌파지지층을 의식한 폐쇄적 협상은 게도 구럭도 다 놓칠 것이다. 김현종 협상팀의 아마추어적 협상으로 우리의 양보카드만 늘어났다.

   

북핵해법을 놓고 문재인정부와 트럼프행정부간 긴밀한 동맹과 신뢰관계는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안보와 통상문제에서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다. 문재인정부가 지지층만 생각해 협상폐기도 불사한다면 경제협력과 한미안보동맹 모두 흔들리게 만든다.

한미경제동맹 약화는 미국월가의 자금을 대거 이탈하게 만든다. 주가가 추락하고, 환율과 금융시장이 요동칠 것이다.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결코 일어나선 안된다.

중국은 사드보복을 통해 현대차 기아차 롯데 태평양 등 한국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중국공장 4곳을 일시 가동중단해야 했다. 현지 판매도 반토막났다. 한국기업들의 사드피해가 최대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의 근육질 외교가 거칠어질수록  한미동맹은 한층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아베 일본총리는 북핵에 맞서 트럼프 행정부와 공고한 동맹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일 신밀월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트럼프는 북핵및 미사일도발시 아베총리와 먼저 통화하고 있다.  

북한 핵해법에서 우리의 어정쩡한 제재와 대화병행 노선은 코리아패싱, 문재인패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핵문제를 미국과 일본 중국이 주도하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 미북간 비밀협상으로 북미평화협정체결, 주한미군 철수 등 극단적인 경우도 초래될 수 있다.

문재인정부는 트럼프의 한미FTA 폐기 발언 진의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한미간 안보와 경제협력 모두를 공고히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지층만 의식한 반미자주노선으로 한미FTA협상을 그르치면 안보와 경제 모두 위기를 맞는다. 중국과 미국 모두에게서 따돌림당하는 블랙스완은 막아야 한다./이의춘 미디어펜 대표
[미디어펜=이의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