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시리아와 2-2로 비겨준 덕에 한국 조2위로 러시아 월드컵 진출 확정
[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가 천신만고 끝에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한국은 6일 새벽(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마지막 10차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0-0으로 비겼다. 4승 3무 3패, 승점 15점이 된 한국은 이란(승점 22점)에 이어 조 2위를 차지,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받았다.

일단, 결과는 성공적이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낸 한국이다. 9회 연속 월드컵 출전은 브라질(21회), 독일, 이탈리아(이상 18회), 아르헨티나(16회), 스페인(14회)에 이어 역대 6번째 대기록이며 아시아권에서는 물론 최초의 기록이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 월드컵 진출 과정이 전혀 만족스럽지 못했다.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마지막 순간까지 티켓 획득을 장담하지 못했고, 자력도 아닌 다른 나라의 도움(?)으로 간신히 월드컵행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 한국이 수적 우위에도 0-0으로 비긴 지난 8월 31일 이란전. 이란 때문에 탈락 위기에 처했던 한국은 이란이 최종전서 시리아와 비겨준 덕에 간신히 월드컵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가장 아이러니한 점은, 한국 축구나 팬들이 그렇게 이를 갈며 싫어하는 이란 덕분에 조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은 어쩔 수 없이 '경우의 수' 계산을 해야 하는 처지였다. 우즈벡과의 이날 경기에서 시원하게 이겼다면 따질 필요도 없이 2위 확정이었지만, 비겼기 때문에 다른 경기 이란-시리아전의 결과에 따라 순위가 달라질 수 있었다. 만약 시리아가 이겼다면 한국과 승점이 15점으로 같아지고 골득실에서 앞선 시리아가 2위, 한국은 3위로 떨어져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같은 시각 시작된 이란-시리아전에서 시리아가 전반 이른 시간 먼저 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한국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러다 이란이 전반 동점골에 이어 후반 역전골까지 터뜨려 2-1로 앞선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우즈벡전이 0-0으로 먼저 끝났다. 한국대표팀 벤치와 선수들은 이란이 승리한 줄 알고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다며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당시 이란-시리아전은 계속 진행중이었고, 후반 추가시간 시리아의 동점골이 터져 2-2가 됐다.

이미 조1위 월드컵 진출을 확정짓고 느긋하게 경기 운영을 한 이란이 막판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내준 동점골이었다. 시리아가 한 골을 더 넣으면 순식간에 한국을 밀어내고 조2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피마르는 시간이 흘렀고, 결국 이란이 더 이상 골을 내주지 않으면서 시리아와 2-2로 비겼다. 그렇게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 확정됐다.

시리아에 지지 않고 비겨준 이란에 고마워해야 하는, 참으로 씁쓸한 순간을 경험한 한국이다.

이란이 어떤 팀인가.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 이란에 9승 8무 13패로 뒤져 있는데다가 2011년 1월 아시안컵 8강전 승리 후 최근 6년여 동안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더군다나 2013년 6월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울산 경기에서는 0-1로 뼈아픈 패배를 당하면서 케이로스 감독의 '주먹감자' 세리머니에 큰 모욕감과 상처를 입었다. 

이번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한국은 이란과 두 차례 만나 0-1 패배(원정), 0-0 무승부(홈)로 이란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8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전에서는 후반 11 대 10으로 싸우는 수적 우위에도 졸전을 거듭하다 골을 넣지 못하고 비겨 월드컵 본선행을 조기 확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도 놓쳤다.

그런 이란이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시리아전에서 지지 않고 비겨준 덕에 결과적으로 한국의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이 확정될 수 있었다.

한국 축구는 이제 험난했던 예선 과정을 다 잊고, 다가오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 그래도 이란에 당했던 것과 이란 덕에 월드컵 티켓을 간신히 얻어낸 수모만큼은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한국 축구, 제대로 반성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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