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위기탈출' 해법 스스로 찾아야
임직원 단합된 힘과 저력 필요한 시점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재계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북핵 위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언급, 통상임금 논란확산,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사방이 지뢰밭이다.

특히 재계 1, 2위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시름이 깊다. 삼성은 총수인 이재용 삼성저자 부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 되면서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현대차는 판매부진과 통상임금압박, 노사갈등, 중국공장 가동 중단 등 악재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절박감을 호소하고 있다.

   
▲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7'에서 참석자가 '갤럭시 노트8'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과 현대차의 위기는 우리 경제의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크다. 지난해 삼성은 141조5690억원, 현대차는 72조4159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전체 상장사 수출의 절반 가량을 두 그룹의 책임진 셈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4차산업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사업을 재편하고 신기술을 앞다퉈 도입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하루가 일년 같다”는 말이 종종 들린다. 그만큼 변화의 속도 빨라지고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멀지 않은 미래에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삼성과 현대차의 미래 준비에 점점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삼성은 각 계열사별 독립 경영시스템을 유지하는 가운데 당장 내년 경영계획 수립도 갈팡질팡 한다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 현대차는 눈앞에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느라 가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다.

양사는 과거와는 다른 경영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선진 기업들은 미래먹거리 확보에 더욱 속도를 내고 중국도 ‘타도 한국’을 외치며 추격의 페달을 더 깊숙이 밟고 있다.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과 현대차가 흔들리면 우리 경제가 위험하다’는 위기론이 곳곳에서 나오지만 도움의 손길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삼성과 현대차 스스가 문제를 풀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시스템과 사업구조를 효율화하고, 기술 경쟁력을 키워 시장에서 살아남는 수밖에 없다. ‘더 높은 곳으로의 도약이냐’ 아니면 ‘추락이냐’의 운명을 개척해야 하는 냉정한 상황에 몰린 셈이다.

   
▲ 현대자동차가 오는 15일 공개하는 제네시스 G70 티저 이미지 /사진=현대차 제공

두 그룹에게는 치밀한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설익은 계획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문제점을 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처럼 말이다.

최근 한국 축구대표팀은 비전 없는 땜질식 운영으로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지만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은 바닥이다. 협회의 무능과 타성이 한국 축구를 동네북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협회 수뇌부, 지도자, 선수들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이제 한국 축구는 ‘월드컵은 당연히 가는 거 아니야’에서 ‘월드컵에 갈수 있을까’라는 초라한 처지가 됐다.

세계 방방곡곡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통화하고, 현대차 엠블럼이 달린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일상이다. 이 같은 ‘당연함’이 미래에는 ‘어색함’으로 바뀔 수도 있다. 축구대표팀의 현 상황이 삼성과 현대차의 미래와 닮지 말란 법은 없다.

삼성과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두 축이다. 미래에도 한국 국가대표로 ‘삼성’ ‘현대’가 살아 남기 위해서는 두 그룹 전 임직원의 단합된 힘이 중요하다. 파부침주(破釜沈舟·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의 정신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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