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17 프로야구가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정규시즌이 마무리돼 가는 이 즈음, 으레 등장하는 것이 있다. '고춧가루 부대'다.

하위권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이 거의 사라졌다. 그렇다고 해도 시즌은 끝나지 않았고, 프로답게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게 마련이다. 이런 하위권 팀이 막바지 피말리는 순위 경쟁을 하는 상위권 팀의 발목을 종종 잡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 고춧가루 부대다.

   
▲ 한화가 5일 두산전에서 6-4로 승리, 매운 고춧가루를 뿌렸다. /사진=한화 이글스


5일 열린 다섯 경기에서 8위 한화, 9위 삼성, 10위 kt가 나란히 상위권 팀에 일격을 가했다. 한화는 2위 두산을 6-4로 꺾었고, 삼성은 3위 NC를 9-3으로 눌렀다. kt도 5위 넥센에 5-1로 이겼다.

7위에 랭크된 LG마저 1위 KIA를 4-3으로 잡았는데, LG는 아직 5강 경쟁팀으로 분류돼 고춧가루 부대라고 할 수는 없다. 어쨌든 하위권 팀들이 갈 길 바쁜 상위권 팀에게 매운 고춧가루를 팍팍 뿌린 셈이다.

당한 상위권 팀들에게는 아픈 패배였다. 1위 KIA를 4.5게임 차로 추격하면서 은근히 2게임 차 3위 NC가 신경 쓰이는 두산, 마찬가지로 두산을 추격하면서 2게임 차 4위 롯데가 눈에 거슬리는 NC에게 이날 패배는 충격이 컸다. 롯데와 3.5게임 차를 좁히지 못하고 6위 SK에 반게임 차로 쫓긴 넥센도 꼴찌 kt에 덜미를 잡힌 것이 여간 속쓰린 일이 아니다. 

앞으로도 한화, 삼성, kt의 상위권 딴지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화는 핵심 전력인 김태균, 정근우, 하주석 등이 부상으로 빠져 정상 전력이 아님에도 8월 이후 14승 13패의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중요한 시기에 부상 등의 이유로 제몫을 못했던 두 외국인투수 알렉시 오간도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가 나름 유종의 미(?)를 위해 분발하고 있고, 송광민, 윌린 로사리오, 최진행이 버티는 중심타선도 상대 투수에겐 만만하지 않다.

삼성도 가장 큰 문제였던 선발투수진이 점점 안정되면서 뒤늦게나마 끈끈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안성무, 황수범 등 신예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해 마운드에서 최선의 피칭을 하며 승리를 챙기고 5일 NC전에서는 정인욱도 첫 선발승을 신고했다. 

kt는 여전히 기복 있는 경기력이지만, 최근 들어 투타의 합만 들어맞으면 쉽게 물러서지 않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4차례 2연전에서 모두 1승 1패로 상대팀과 호각세를 이룰 정도로 툭하면 연패에 빠지던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다. 

아직 KIA가 1위를 안심할 상황도 아니고, 2~4위 두산, NC, 롯데는 각각 2게임 차로 늘어서 있다. 5위 넥센과 7위 LG의 승차도 2게임밖에 안된다. 선두권 경쟁과 5강 경쟁이 모두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위권 팀이 뿌리는 고춧가루에 당하는 상위권 팀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순위 다툼에 한창인 팀들에게 '고춧가루 부대 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막바지 프로야구는 더욱 흥미진진한 국면으로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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