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추진 DGB금융지주 회장 등 입건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DGB금융지주가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된 조사를 받게 되면서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또 다시 방향을 잃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일 대구지방경찰청은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그리고 부장급 간부 6명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박 회장이 고객에게 사은품으로 주는 상품권을 법인카드로 구매한 뒤 현금으로 전환하는 속칭 '상품권깡' 수법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 중이다.

   
▲ 사진=하이투자증권


이번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DGB금융지주는 영업상 불이익을 받게 된다. 특히 DGB금융지주에 대한 ‘기관경고’ 이상의 처분이 내려지면 1년 간 대주주자격 제한 제재를 받게 된다. 이 경우 DGB가 추진하던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로써 오랜 기간 새 주인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는 하이투자증권은 또 다시 새 주인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 이는 실질적으로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이 DGB금융지주 단독후보 개념으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 경쟁자이던 우리은행은 높은 인수가격 때문에 인수를 포기했다.

설령 DGB에 대한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도 DGB의 하이투자 인수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DGB금융지주가 작년 약 32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해 추가적인 자금여건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의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희망한 하이투자증권 가격은 4700억원이었다. 현재 매각 희망가는 4300억원까지 내려온 상태다. 증권사들의 평균 PBR 0.7배를 반영해도 4120억원 정도의 매각가가 예상돼 DGB로서는 쉽지 않은 가격이다. 

만약 내부자금만을 동원해 자금을 마련하는 데 성공한다 한들 부채비율 상승 자본적정성 하락 등을 감수해야 해 결과적으로 경영상 위기에 놓이기는 마찬가지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DGB로서는 이러나저러나 하이투자증권 인수는 어려워졌다”면서 “지주사 전환을 위해 하이투자를 반드시 팔아야 하는 현대중공업의 사정이 시장에 알려진 만큼 지금과 같은 고가 협상은 더 이상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사업분할 이후 지주사 전환 작업을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그룹은 규정에 따라 하이투자증권, 하이자산운용, 현대선물 등 모든 금융계열사를 2년 안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한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손을 뻗었지만 ‘박 회장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제보가 금융당국에 들어가면서 상황은 다시 한 번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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