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02 월드컵 한국 4강신화의 영웅 거스 히딩크 감독이 다시 한국축구대표팀을 맡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해서 크게 화제가 됐다.

YTN은 히딩크 감독이 지난 6월 슈틸리케 감독의 퇴임으로 한국대표팀 사령탑이 공석이 됐을 때 "한국 국민들이 원한다면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을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6일 보도했다.

히딩크 측 관계자 말을 인용 보도한 YTN은 히딩크가 잉글랜드와 러시아 대표팀 감독 제의도 거절하고 중국 클럽의 거액 연봉도 마다했지만 한국대표팀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 것은 한국을 제2의 조국으로 여길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느닷없이 히딩크의 한국대표팀 감독 복귀설이 나와 화제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 보도가 나간 후 대한축구협회는 히딩크의 대표팀 감독 복귀 가능성을 일축했다. 슈틸리케의 후임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의 계약 기간이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까지여서 히딩크 재영입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번 대표팀 감독 복귀설은 단순 해프닝처럼 보인다.

그럼 왜 갑작스럽게 히딩크 감독 얘기가 나왔을까.

바로 현재 한국축구가 처한 상황 때문이다. 이날 새벽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원정경기를 통해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위업을 이뤘으니 분명 자축하고 기뻐해야 할 때이지만 축구대표팀을 보는 팬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다. 슈틸리케 감독이 최종예선 기간 보여준 지도력이 신뢰감을 잃으면서 본선행이 위태로워지자 최종예선 2경기만 남겨둔 시점에서 사실상 경질됐다.

그리고 해결사로 신태용 감독이 긴급 선임됐다. 대표팀 코치도 지내고, 2016 브라질월드컵 대표팀 사령탑을 거친 신태용 감독 외에는 마땅한 대안도 없었다.

신태용 감독은 정말 어려운 시기에 대표팀을 떠맡아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두 경기를 지휘했다. 경기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한국은 홈에서 열린 이란전에서 상대 선수 퇴장으로 잡은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0-0으로 비겼고, 우즈베키스탄전도 우세를 골로 연결하지 못하고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하마터면 조 3위로 밀려날 수도 있었지만, 이란이 시리아에 지지 않고 비겨준 덕에 간신히 러시아 월드컵행 티켓을 따낼 수 있었다.

   
▲ 어려운 시기에 한국대표팀을 맡은 신태용 감독이 최종예선 통과로 이제 내년 러시아 월드컵 준비에 들어간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신태용 감독이 당장의 숙제였던 최종예선 통과는 성공시켰지만, 내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대비해 강력한 지도력을 갖춘 지도자가 대표팀을 맡아 팀 체질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축구팬이 많다.

이런 분위기가 봉인돼 있던 '히딩크 복귀설'을 끄집어 낸 것일 수 있다.

그러나, 히딩크에 대한 향수는 그저 향수일 뿐이다. 신태용 감독은 매우 급박한 상황에서 대표팀을 맡아 팀을 만들어갈 시간도 없이 본선 티켓 획득이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본선 진출을 이끌어냈다. 

어렵게나마 러시아행 티켓을 손에 넣은 후 신 감독은 "본선까지 신태용이라는 이름을 걸고 원하는 팀을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은 신태용 감독의 월드컵 구상에 힘을 실어줄 때지만, 아직도 히딩크 향수가 유효할 정도로 한국축구가 뒷걸음질을 친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