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이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쓴 날, 히딩크 한국대표팀 감독 복귀설이 터져나왔다. 한국 축구가 역사적인 쾌거를 자축할 틈도 없이 히딩크 복귀설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대한축구협회는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은 천신만고 끝에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그 과정이 무척 힘들고 험했다.

전임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 10경기 가운데 8경기를 치른 상태에서, 아직은 월드컵 본선행 확률이 더 높은 시점에서 물러나야 했다. 최종예선을 치르며 잇따라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여준 대표팀이었고, 자칫하다가는 탈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최종예선 두 경기만 남겨두고 새로 대표팀 사령탑을 구해야 했던 축구협회는 고심끝에 신태용 감독을 선임했다. 현 대표팀 코치를 지냈고, 2016 브라질월드컵 대표팀을 이끄는 등 최근 한국축구와 대표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신 감독이기에 일단은 적임자였다.

신태용호가 치른 최종예선 이란, 우즈베키스탄전은 실패이자 성공이었다. 두 경기 모두 실망스런 경기력으로 0-0으로 비겨 대표팀에 대한 신뢰는 회복되지 못했으니 실패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당면 과제이자 지상 목표였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으니 성공이었다.

어쨌든 월드컵 본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본선 티켓을 따낸 신태용 감독이 계속 대표팀을 맡아 러시아로 가는 것이 순리처럼 보였지만, 히딩크 감독 복귀설이 거세게 몰아쳤다.

히딩크 감독이 누구인가.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을 기적같은 4강으로 이끈 영웅이다. 이후 전세계 대표팀이나 명문 클럽에서 끊임없이 손을 내밀 정도로 명장의 위치를 지켜왔다. 한국과 한국축구에 대해 히딩크 감독은 그 어느 외국인지도자와 비교가 안될 만큼 깊은 애정을 보여왔다. 히딩크 재단을 통해 국내에 축구장을 잇따라 건립하며 봉사하는 자세로 여전한 신망을 받고 있다.

그런 히딩크 감독이 위기의 한국축구를 구원하기 위해, 고액의 몸값을 마다하고 다시 한국대표팀을 맡아 러시아 월드컵을 치러보겠다고 했으니 뭘 더 바랄까.

하지만 축구협회가 선뜻 두 팔 벌려 히딩크 감독을 환영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딜레마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인물만 놓고 보면 히딩크는 대체 불가, 비교 불가의 최고 지도자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신태용 감독에게 최종예선 두 경기를 맡기면서 본선 진출에 성공하면 월드컵까지 지휘봉을 맡기겠다고 약속했고, 신 감독은 나름의 구상으로 대표팀을 떠맡았다.

히딩크 감독 복귀설이 불거진 후 축구팬들의 반응은 대체로 하나다. '무조건 히딩크를 데려와라'는 것이다.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신태용 감독에게 기회를 줘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히딩크가 오겠다면 일단 만나봐야 한다, 히딩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대표팀 감독 선임권이 있는 축구협회 측은 일단 신태용 감독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필 월드컵 본선행이 확정된 날 히딩크 복귀설이 터져나온 자체를 원망하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후폭풍이 워낙 거세다. 히딩크 복귀가 아니라면 앞으로 대표팀의 어떤 행보에도 팬들의 날선 비판은 계속될 것이다.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이 별로 없지만, 히딩크 감독 문제는 조금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복귀설이 간접적으로 나온 것이어서 히딩크 감독의 진의가 무엇인지 알아봐야 하고, 어떤 조건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어렵게 감독직을 수락해 고생한 신태용 감독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딜레마에 빠진 축구협회다. 솔로몬왕 이상의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매우 곤란한 국면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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