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설' 구체적 대책 미흡
시장 불안감 적극 해소해야
한국지엠이 부평본사에 있는 디자인센터를 언론에 공개했다. 지난 2014년 400억원을 들여 증축한 이후 3년만이다. “왜 하필 지금인가?”라는 생각도 잠시, 한국지엠에 이달 1일부터 취임한 카허 카젬 사장의 행사 참석 여부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렸다. 

한국지엠은 올해도 어김없이 ‘철수설’에 휘말린 상황이다. 이미 제임스 김 전 사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돌연 사퇴했고 최근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한국지엠 국내 철수 가능성을 사실상 공식화한 상황에서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을 계기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6일 한국GM 부평 본사에서 열린 디자인센터 미디어프로그램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제공


그런데 불과 며칠 전 카허 카젬 사장이 자동차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해 ‘조만간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짧은 말 한마디를 던졌고, 그 약속을 지키는 날이 바로 디자인센터 공개 행사가 열렸던 6일 기자간담회였다. 모든 언론이 이날 행사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과연 이번에는 속 시원한 해명을 들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카젬 사장의 답변은 시원찮았다. 한국지엠 사업과 관련한 많은 기사와 시중의 소문을 확인하고 있을 뿐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답변은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카젬 사장은 “사업 경쟁력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수익성과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내·외부 관계자들과의 협업을 하고 있다"는 애매한 답변만 늘어놨다.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철수설’이라는 현안에 대해 똑 부러지게 설명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청사진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심지어 임기 동안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지, 한국지엠의 지속가능성과 부평공장의 정상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등 기자들에게 질문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카젬 사장은 그렇게 3분간의 짧은 인사말을 끝으로 자리에 착석해 있던 기자들을 뒤로한 채 홀연히 행사장을 떠났다.

현장에 있던 한국지엠 관계자는 "취임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여서 긴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가 카젬 사장의 철수설에 대한 공식입장을 듣는 자리가 아닌 디자인센터 운영 전반을 소개하는 자리였기에 한국 지엠 입장에선 카젬 사장의 이번 행보에 대해 충분히 해명할 명분이 있다. 

오죽하면 자동차 기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지엠이 본사 지침이라며 하루만에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동안 한국지엠은 '국내에서 철수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항변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철수설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왜 그렇지 않은지’ ‘앞으로 대책이 있는지’ 등 질문 속 시원한 대답이 필요한 시점이다. 

카젬 사장에게 묻고싶다. “한국지엠, 그리고 부평 디자인센터가 전세계 시장 중 5위로 큰 시장이며 두 번째 큰 규모로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기지가 과연 맞는가.” “그렇다면 한국지엠의 대표로서 무미건조한 경영 현황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존속 가능성과 더불어 회사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확신을 심어주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라고 말이다. 

단순 '회사차원 입장'만 밝히고 자리를 떠나버린 카젬 사장을 보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돌연 사퇴한 제임스 김 전 사장이 오버랩됐다. 회사는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여러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제는 한국지엠이 좀 더 명쾌하게 입장을 밝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카젬 사장은 구체적으로 생산량 및 공장 운영 계획을 밝히고 시장의 불안을 떨쳐내 줄 필요가 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