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동국(38, 전북현대)이 축구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힘들었을 경험을 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적지않은 나이에 대표팀에 복귀해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걸린 운명의 2연전을 뛰었다.

이동국은 지난달 31일 이란전, 6일 우즈베키스탄전을 치른 축구대표팀의 일원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번 2연전을 앞두고 이동국을 다시 대표선수로 발탁했을 때부터 화제였다. 역대 두번째 최고령 대표선수가 된 이동국이 위기에 빠져있던 한국축구에 해결사 역할을 해낼 것인지 관심이 쏠렸다. 

한국은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두 경기 모두 0-0으로 비겨 만족할 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최우선 과제였던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는 성공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동국은 이란전에서 후반 44분 교체 투입돼 추가시간 포함 5분 가량 뛰었고,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후반 33분 교체로 들어가 16분 가까이 활약했다. 스트라이커 이동국에게 기대했던 골은 터지지 않았으며 출전 시간도 20분 남짓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이동국은 분명 자기 몫은 해냈다. 신태용 감독이 이동국을 다시 대표팀으로 부른 데는 K리그 최다골 기록 보유자인 이동국의 한 방 능력을 기대한 것도 있지만, 흐트러진 대표팀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맏형 이동국이 리더십을 발휘해주기를 바란 측면도 컸다.

이동국은 그런 역할에 충실했다. 차두리 코치(37)보다 이동국의 나이가 많았지만 그는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누구보다 애썼고, 후배들의 투지를 격려하며 대표팀의 중심이 돼줬다. 

이동국 스스로 "그 어느 때보다 부담이 컸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그는 마음고생을 하며 태극마크의 자부심을 지켰다. 눈에 실핏줄이 터지고, 입술이 부르튼 이동국의 얼굴만 봐도 그가 이번 대표팀에 온 몸과 마음을 쏟아부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일단, 이동국의 임무는 끝났다. 한국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라 내년 러시아 월드컵 준비 체제에 돌입한다.

그럼, 이것으로 이동국의 국가대표 경력은 마감하는 것일까.  

내년 6월 러시아 월드컵이 열린다. 앞으로 9개월 남짓 남았다. 내년이면 이동국은 우리 나이로 마흔이다.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결코 쉽지 않다.

이동국은 우즈베키스탄 원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월드컵 본선은 아직 생각하지 않겠다. 9개월 뒤는 내게 너무 먼 미래다"라고 밝혔다.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이 어떻게 구성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동국은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뒤질 수도 있고, '후배들의 앞길을 위해서'라는 명분에 밀려 대표 후보에도 이름을 못 올릴 수 있다.  

그렇다고 이동국의 러시아 월드컵 출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란전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이동국이 투입된 후 대표팀의 지지부진하던 공격력에는 반짝 활기가 돌았다. 짧은 시간 뛰었고, 골을 넣지 못했지만 이동국의 존재감은 분명 확인했다. 내년에도 이동국이 리그 경기에서 실력 발휘를 하면서 골잡이 능력을 보여준다면, 실력으로 당당히 '마지막 월드컵' 무대를 밟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저 지금으로서는, 이동국이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해 멋진 골을 넣고 아들 대박이와 국민들을 위해 '슈퍼맨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을 상상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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