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함께 26년 전 주한미군 무기체계에서 철수시켰던 전술핵에 대한 재배치 논란이 점화됐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 직후 열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참모들과 선제타격부터 핵무기 사용까지 가능한 군사적 옵션을 모두 논의하면서 "전술핵 재배치 검토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미 백악관이 전술핵 재배치 검토를 테이블에 올린 것은 1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표결을 목전에 두고 원유중단 카드를 관철시키기 위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1991년 전술핵 철수 후 지난 26년간 유지해온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깰 만큼의 정치적 명분과 전략적 이득이 미국에게 있느냐이며,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가 어떻냐다.

워싱턴 외교가는 전술핵 재배치에 현실적 난관이 많다고 보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가 오히려 김정은의 북핵 개발을 정당화하면서 러시아와의 군축협정을 파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일 핵무장까지 갈 경우 이는 전후 핵질서를 유지해온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허무는 차원으로 커진다.

한 워싱턴 소식통은 이에 대해 "전술핵 재배치를 실제로 실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언급했고 NBC는 "대다수가 시행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또한 최근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한 적 없다"고 언급했고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달 "동북아 핵 비확산 체제가 깨지는 것은 모두에게 나쁜 소식"이라고 전한 바 있다.

   
▲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월3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 뒤 안내판에 ICBM급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라고 적혀있다./사진=연합뉴스

미국 정치권 내부에선 민주당이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할 정도로 핵 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반면 북한이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하더라도 생존과 직결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으며 북한의 잇단 핵개발로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NBC는 8일(현지시간) 이와 관련해 "트럼프 정부가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및 한일 양국의 핵무장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한국이 요구하면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일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와 함께 최근 한미 군사외교 업무를 맡았던 전직 고위 당국자가 작년 10월초 박근혜 정부가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요청한 것으로 밝혀 논란이 한층 가열된 모양새다.

송영무 국방장관도 지난 4일 국회에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고 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은 10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술핵무기 배치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전술핵 재배치 논란이 더욱 커질지 혹은 잦아들지 여부는 북한 핵도발에 대응한 유엔 안보리 결의가 미국과 중국 러시아 간에 어느 수위에서 합의되고 채택되느냐에 따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고 비확산으로 가되,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재배치해 동북아에서 '공포의 핵균형'을 맞출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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