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류현진(LA 다저스)이 선발 등판을 한 차례 거르게 된 것이 '다르빗슈 유 기살려주기' 때문이라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류현진에게는 기분 나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그렇게 자존심 상할 일도 아니다.

류현진은 로테이션대로라면 당초 1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할 에정이었다. 하지만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류현진이 수술 복귀 후 올해 21경기나 선발로 뛰었다. 잠시 쉴 시간을 준다"면서 선발에서 한 차례 제외하겠다고 했다.

부상 회복해 풀시즌을 뛰고 있는 류현진에 대한 배려처럼 보이지만 LA 타임스는 11일 류현진의 예정된 등판 불발이 부진에 빠진 다르빗슈 유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다르빗슈를 약체인 샌프란시스코, 필라델피아전에 투입하기 위한 선발 순서 조정으로 류현진의 등판이 밀렸다는 것이다. 

   
▲ 류현진의 선발 등판 연기가 다르빗슈 유 때문이라는 현지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사진=LA 다저스 홈페이지


다르빗슈는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용으로 트레이드 영입한 선발 카드다. 그런데 텍사스 에이스로 위력을 떨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이적 후 6경기에서 2승3패 평균자책점 5.34로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특히 최근 3경기에서는 모두 패전투수가 되며 평균자책점 9.51을 기록할 정도로 부진했다.

LA 타임스의 예상에 따르면 다르빗슈는 샌프란시스코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인 14일에 선발로 나서고, 그 다음으로는 필라델피아전(19일~21일)에 등판한다. 즉 다르빗슈에게 서부지구 최하위 샌프란시코, 동부지구 최하위 필라델피아를 상대로 원기를 회복할 기회를 주면서 동부지구 1위인 강팀 워싱턴전(16일~18일) 등판을 피하게 하기 위해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했다는 것이다.

현재 컨디션이 좋지 않은 다르빗슈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약한 팀들을 잇따라 만나게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수 있는 워싱턴전에 다르빗슈가 등판했다가 난타라도 당할까봐 포스트시즌을 위해 아껴두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는 것이 이 매체의 분석이다.

몸 상태도 좋고 앞선 등판이었던 6일 애리조나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했던 류현진이 쾌조의 투구감을 이어갈 기회를 다르빗슈로 인해 놓치고 등판이 밀린 것은 분명 아쉽다.

하지만 역으로, 현재는 류현진이 다르빗슈보다 더 팀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르빗슈는 기를 살려주기 위해 등판 일정 조정까지 하며 배려를 받아야할 처지다. 반면 류현진은 로테이션을 한 번 걸러도 크게 문제가 없다며 인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류현진이 후반기 발군의 성적을 내고 있지만 현지 언론이나 구단 안팎에서는 포스트시즌 4명의 선발에 포함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이런 시각을 바꿔놓기 위해 류현진이 더 많은 것을 보여주려 굳이 무리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점은 생각해 봐야 한다. 

로버츠 감독의 말대로 류현진은 부상에서 회복한 시즌이고, 당장 올해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보다는 더 길게 보고 느긋하게 '코리안 몬스터'로서의 위력을 확실히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다르빗슈가 구단의 '배려'에도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자연스럽게 류현진에게 더 좋은 기회가 올 수도 있다.

한편, 다저스는 11일 콜로라도전에서도 1-8로 무기력하게 패하며 10연패 나락으로 떨어졌다. 지구 1위에 지장은 없지만 팬들은 다르빗슈 영입 포함 너무 일찍 축포를 터뜨리고 포스트시즌 체제로 들어간 것이 팀 분위기를 망쳤다며 구단과 감독을 성토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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