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시아 금융시장의 전통적 강자로 손꼽히는 홍콩과 함께 신흥시장으로 급부상 중인 베트남 역시 각광 받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증권사들이 홍콩 시장을 거점으로 삼고 영업 활동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일례로 KB증권은 최근 홍콩 현지법인인 KB증권홍콩의 자본금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이로써 기존 290억원 규모의 자본금은 1195억원 규모로 대폭 늘게 됐다.

   
▲ KB증권(사진)을 비롯한 국내 대형증권사들이 홍콩과 베트남 등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KB증권


이미 미국 뉴욕 법인, 싱가포르 법인 등을 보유한 KB증권에게 홍콩 시장은 아시아 ‘허브’로서의 가치를 띤다. 비록 가시적인 성과가 활발하게 나오고 있는 것은 아직 아니지만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민은행과의 효율적인 역할분담을 통해 홍콩을 ‘똑똑하게’ 공략하겠다는 게 KB 측의 전략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자본금 확충을 통해 홍콩 영업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면서 “국민은행의 역할을 보완하면서 인수주선 등 증권사 고유의 업무를 통해 계열사간 시너지를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과 마찬가지로 금융지주가 중심을 잡고 있는 농협금융 역시 홍콩시장에 관심이 많다. 역시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이 중심이 돼 영업 폭을 넓히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최근 NH투자증권 홍콩 법인이 인수합병(M&A)나 기업공개(IPO) 등의 분야로 활발하게 확장을 전개 중”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증권-은행-손해보험을 전부 커버할 수 있는 복합점포 형태를 지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이 전통적인 금융허브로서의 아이콘이라면 최근에는 베트남 시장 또한 각광 받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 역시 이 흐름을 놓치지 않고 베트남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현재 국내 5대 증권사 중에서 삼성증권을 제외한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이 전부 베트남 시장에 나가 있는 상태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10년의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간 전통적인 수익모델인 브로커리지 업무가 중심이었다면 최근 베트남 시장이 급속하게 커지면서 IB 쪽 전망도 밝은 상태다. 

NH투자증권 역시 우리투자증권이 2009년부터 만들어 놓은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 중이다. 최근에는 KB증권이 베트남 메리타임증권사 인수를 위한 입찰제안서를 제출함으로써 베트남 진출의 신호탄을 쐈다. 

베트남 시장이 최근 각광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지난 2014년 이후 매년 GDP 성장률이 6%를 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미국과의 외교관계 역시 ‘밀월’ 수준으로 가까워지고 있어 성장전망 또한 여타 어느 신흥국보다도 밝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지정학적 이유 때문에 베트남 시장을 ‘키우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평균 연령 또한 28세인 베트남 시장은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드 문제로 인해 중국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것도 국내 증권사들이 베트남으로 눈을 돌리는 또 다른 원인이 됐다. 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폐쇄적인 반면 베트남 정부는 해외기업 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실적 측면에서 갈 길이 멀지만 한중관계 악화가 지속될수록 베트남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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