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미국이 추진했던 강경 제재 원안에서 대폭 후퇴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 북핵 해법에 대한 실효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안보리의 이번 제재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북 원유 공급이 그대로 유지되어 북한의 군수공업 분야는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며, 향후 북한의 핵·미사일 정책에 의미있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안보리의 새로운 제재 결의 채택으로 북한의 연간 유류 수입은 약 29%나 감축되어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경제의 지속적인 중속 성장에 빨간 불이 켜지게 되었고 향후 경제가 쇠퇴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보리가 11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75호는 원유(400만)와 정유제품(200만) 수출을 합쳐 북한으로의 연간 유류 공급량을 총 600만 배럴로 동결하면서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과 해외노동자 고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삼고 있다.

북한 6차 핵실험 후 9일만에 신속히 마련된 안보리 제재 결의지만 원유 금수 조치가 제외되고 김정은·김여정 등 북한 정권 수뇌부도 제재 명단에서 빠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 조치로 연간 전체 유류량 공급 추정치인 850만 배럴을 600만 배럴로 한정해 30% 가량 차단하고 섬유제품 수출 금지를 통해 연 8억 달러, 해외노동자 부분제한을 통해 연 2억 달러 등 총 10억 달러의 차단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관건은 안보리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혀 원안에서의 '대북원유 전면 금수 조치'를 전혀 이루지 못했고 원유 수출을 기존 400만 배럴 수준으로 동결하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사실상 북한 김정은의 6차 핵실험 감행 이전과 비교해 원유 수출을 손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 유엔 안보리는 1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대북 유류 공급을 30% 차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사진=연합뉴스

더욱이 안보리가 제재 결의를 확정지으면서 전제로 삼았던 대북 유류 수출량이 추정치에 불과해 공급 상한선 자체가 불투명할 뿐더러, 향후 대북 원유 공급에 있어서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월간 신고 내역을 안보리가 직접 확인할 감시장치도 없어 중러의 신고에 의존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유제품·액화천연가스(LNG)·콘덴세이트(condensate·천연가스에서 나오는 경질 휘발성 액체탄화수소) 수출금지 및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금지 또한 마찬가지다.

북한 해외노동자 고용 제한 제재의 경우, 전 세계 40여 개국에 최소 5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어 투명한 통계에 근거하지 않은 단순 계산에 불과한 것으로 관측된다.

금수품목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에 대한 공해 상 검색도 당초의 무력 검색 의무화에서 선박 국적국의 판단에 따르는 수위로 크게 낮아졌다.

미국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이 나서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veto) 행사로 결의안이 무산되는 상황까지 불사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지만 대북 협상에 있어서 중국의 높은 벽을 실감한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번 안보리 결의를 미중러 관련국들이 철저히 이행한다 해도 북한 김정은을 비핵화 테이블로 이끌어 내기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2006년 북한 1차 핵실험에 대응한 1718호를 시작으로 1874호(2009년), 2087호·2094호(2013년), 2270호·2321호(2016년), 2356호·2371호(2017년)에 이어 9번째다.

북한에 공급, 수출되는 원유 등 유류 품목이 안보리 제재결의에 반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제한적인 범위라는 점에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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