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배제 자율지배구조 확립 호기, 외압초래시 리딩뱅크 다시 흔들려
KB금융의 차기회장 선출이 막바지 레이스에 접어들고 있다.

사외이사로 구성된 확대지배구조위원회는 7명의 후보군 중 3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차기 KB금융을 이끌어갈 수장은 27일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KB금융 회장 선거과정에서 우려되는 것은 노조의 과도한 선거개입이다. 그룹계열사 노조로 구성된 KB금융노조가 노골적으로 현 윤종규 회장에 대한 비난과 시위를 벌이고 있다. 복지와 무관한 인사 등 경영문제로 노조가 윤 회장의 퇴진과 연임반대를 내건 것은 볼썽사납다. 노조가 뭔가 보상을 얻으려는 저의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불러 일으킨다. 회장레이스에 뛰어든 국민은행 OB와 연계해 윤 회장을 흔드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노조가 인사 등 경영과 관련한 문제에 간여하는 것은 노조활동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임금 등 복리후생과 근로조건 개선등이 노조의 고유한 업무다.

노조가 내걸고 있는 것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차기 회장 선임절차가 비상식적으로 이뤄지고, 날치기 연임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지나치다. 사측이 노조의 선거에 개입했다거나, 회장연임에 대한 설문조사 조작의혹등을 제기한 근가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 KB금융노조의 윤종규 회장 밞목잡기는 볼썽사납다. 1기에 뛰어난 실적을 거둔 윤 회장의 퇴진요구는 외압을 자초하는 악수가 된다. 과거 낙하산인사의 흑역사를 치유하기 위해선 노조도 선거관여를 자제하고, 자율선거가 이뤄지도록 도와줘야 한다.

KB금융 차기회장 선거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중이다. 사외이사진에는 현 문재인정부의 경제실세들이 소액주주 대표로서 추천한 전문가들도 포함돼 있다. 사외이사들간에 밀실 야합이나 날치기 통과등의 가능성이 없는 셈이다.

KB노조는 차기회장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해야 한다. 정권이나 정치권의 외압, 외풍없이 자율적으로 수장을 선출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이 되고 있다. 외압이나 낙하산인사가 되풀이되면 KB금융의 지배구조는 앞으로도 정권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자율 인사는 물건너간다. 윤 회장체제 이후 전임직원들이 피땀 흘려 회복한 리딩뱅크 위상이 다시금 추락할 수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지주가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성장을 구가하는 것은 무엇인가? 회장 선거가 외압이나 관치없이 자율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KB노조원들이 안정적인 지배구조 구축과 성장을 바란다면 경쟁사인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잡음없는 회장선거를 부러워해야 하지 않는가? KB금융을 언제까지 정권마다 전리품으로 간주하는 포스코나 KT처럼 전락시킬 것인가?

KB금융 인사는 그동안 외압과 외풍으로 얼룩졌다. 황영기 어윤대 임영록 전회장 등은 정권과 관치금융 낙하산인사로 논란을 자초했다. 단명에 그치거나, 분란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윤 회장은 임영록 회장-이건호 행장간의 갈등과 동반사퇴이후 2014년 취임해서 뛰어난 리더십을 보였다. 동요하던 조직을 안정시켰다. 현대증권과 LIG손보 인수등으로 덩치를 키웠다. 자산규모는 422조원으로 취임 첫 해인 2014년의 308조원에 비해 무려 114조원이나 늘렸다. 순이익도 괄목할 만하게 신장시켰다. 지난 2분기에는 신한금융에 빼앗겼던 리딩뱅크 위상을 되찾았다. 임직원들은 모처럼 활짝 웃고 있다. 잃었던 자존심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1기에 뛰어난 실적과 퍼포먼스를 낸 윤 회장에게 연임기회를 주는 것은 주주 투자자, 임직원들이라면 반길 것이다. 미국의 금융회사나 제조업의 경우 경영실적이 좋으면 장수하는 게 관행이다. GE의 잭 웰치, 이멜트등은 10년이상 장기재임하면서 글로벌경쟁력을 이끌었다.

KB금융노조가 윤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 공연한 발목잡기에 불과하다. 박수를 쳐줘도 모자랄판에 노조세력간에 주도권경쟁이나 차후의 정치적 위상확보를 위해 흔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강하게 나온다.

윤 회장이 현재의 차기회장 선거에 유리하다고 해도, 확정된 것은 아니다. 14일 3명의 숏리스트에 이어 27일 최종후보 추대가 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들이 추려진 후보들을 놓고 충분한 토의와 숙의를 거쳐 비전과 리더십을 갖춘 후보를 최종 간택할 것이다.

노조가 집권여당 민주당의원들과 기자회견을 열어 특정시민단체 출신을 이사로 선임할 것을 압박하는 것도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경제의 혈맥인 금융산업을 노영(勞營)경영으로 변질시킬 수 있다. 이게 현실화하면 국내외 투자자들이 동요할 것이다.

KB노조는 외압을 배제하고 자율적으로 지배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호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노조가 윤 회장을 흔들수록 외풍의 빌미를 제공한다. 이는 경영진뿐만 아니라 노조원들에게 악재가 된다. 오히려 노조가 과거의 지배구조 흑역사를 반추하면서 외압배제와 자율선거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KB금융이 리딩뱅크의 위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위해선 차기회장 선거를 계기로 지배구조 선진화와 관치배제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노조의 성숙한 입장변화를 촉구한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