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으로 인한 중국인 감소로 6개월 째 매출 저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면서 정작 피해는 노점상들이 보고 있다. 대기업들은 사드 사태를 견딜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체력은 가지고 있지만 노점상들은 매일 매일이 생계와 관련된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감소는 그들에게 엄청난 태풍과 같다. 노점상들의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노점상은 스트리트 트렌드의 최선봉에 있다. 그들은 발 빠른 소비자들의 트렌드에 맞춰 판매 품목도 바꿔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더운 여름 냉방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근무할 수도 없다. 겨울에도 추위에 떨며 물품을 판매해야 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노점상 빛과 그늘'이라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노점상들의 현실과 그들의 어려움 등을 집중 조명한다. 아울러 그들을 위한 정책적 제안이 없는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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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기획-노점상①]유커 사라진 도심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결국은 유커들이 많이 와야 합니다. 하루하루가 죽을 맛입니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유네스코길에서 만난 노점상 김 모씨(53)는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감소가 피부로 느껴진다. 매일매일이 고비"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유커들이 급감하면서 일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며 "결국은 그들이 많이 와야 명동 노점상의 숨통이 트인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과 6일 서울 명동의 중심거리인 유네스코길을 둘러본 결과 '한국인보다 유커 보기가 더 쉽다'고 불리던 지난해 이맘 때와 달리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화장품 가게 앞에서 중국어를 사용한 호객행위가 감소했고, 노점마다 유커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100여 명 이상의 노점상중 절반이 넘는 상인이 손님이 없어 다른 노점상과 수다를 떨거나 핸드폰으로 동영상이나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었다.

유네스코길에서 과일 꼬치를 판매하는 조 모씨(38)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사용하려고 중국어를 배웠지만 6개월째 중국인이 거의 오지 않아 걱정이다. '사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명동 노점가에는 봄날이 오지 않을 것"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 5일 저녁 서울 명동 거리. 외국인 관광객들이 노점을 둘러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명동 거리에서 유커가 감소한 것은 지난 3월 15일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이른바 '금한령'으로 불리는 '방한 단체관광상품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675만200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 감소했다. 그 중 유커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41.0% 감소한 225만2915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3월부터 6월까지만 보면 하락 폭이 60.1%로 더욱 커졌다.  

명동 노점상들은 "일본이나 동남아 등 다른 지역의 외국인 관광객은 비슷하게 오는 것 같고, 중동에서 온 관광객은 늘어났지만, 실제로 돈을 쓰는 것은 유커들"이라며 '사드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바란다고 말했다.

동대문 일대도 상황은 비슷했다. 유커들을 태운 관광버스들로 가득 찼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평화시장 근처에서 중국어를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됐다.

동대문 일대를 찾는 한국인들은 '유커가 줄어드니 쇼핑하기 좋아졌다', '이제 한국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지만 이곳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은 매출 저조 및 적자에 폐업을 고민하고 있었다.

의류·잡화 등을 판매하는 노점상들은 "마냥 놀 수도 없어서 나왔지만, 손님이 와도 사진만 찍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그나마 먹거리 노점상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 14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노점상들이 플래카드를 걸고 중구청의 노점 강제철거에 항의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한편 노점상들은 유커의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 외에도 노점 철거의 위협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구 '아현동 포장마차 거리'가 철거된 것을 비롯해 4호선 이수역·1호선 용산역 인근의 노점이 철거됐고, 중구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서도 간헐적으로 노점상과 철거 용역 간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시에서는 2558건의 '강제정비'가 진행됐다. 강제정비는 노점 전체 혹은 일부를 철거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조치 등을 의미한다. 서울시는 이 기간 동안 2억3214억만원의 과태료를 징수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 12월 환경 디자인 전문가·노점 단체 등을 모아 '거리 가게(노점) 상생정책 자문단'을 만들고, 지난 7월에는 노점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신규 개설 및 자녀 승계 금지 ▲지역 제한 ▲재산 기준 등 노점 영업 관련 규정들이 포함됐다.

민주노점상연합(민주노련)·전국노점상총연합(전노련) 등 노점상 단체들은 이에 대해 "가이드라인이 비현실적"이라고 반발했고, 각각 2년 전과 지난달에 자문단에서 탈퇴했다. 

노점상 단체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상생 자문단을 만들기는 했지만, 가이드라인 초안에는 그동안 노점 단체들이 제안한 원칙·현실적 기준 등이 포함되지 않았고, 재산·품목·영업시간 등 영업자율권 제한 등 오세훈 전 시장 때 정책을 복사해 붙여넣기한 것 같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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