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조기 봉합되지 않을 경우 후유증 상당할 것"
   
▲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가 12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앞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 반대’ 취지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나경연·전건욱 기자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권이 '수장 길들이기'에 나선 노조로 인한 극심한 몸살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금융권은 최고경영자(CEO) 교체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러나 CEO선임을 둘러싼 노조의 반발이 계속되면서 내홍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일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선제압'으로 보고 있지만, 조기에 진화되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후유증도 상당할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친노조 성향의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노조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노조의 거센 발발로 은행장 취임이 발목 잡히는가 하면, 출근저지 투쟁으로 은행입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두 국책은행 수장의 은행입성이 '노조반발'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우선 이동걸 산은 회장은 공식 선임된 지난 11일 우여곡절 끝에 취임식을 마쳤다.

앞서 산은 노조는 이 회장의 내정설이 불거지자 "현 정권의 낙하산"이라며 반대 성명을 발표해왔다. 취임 당일에는 이 회장에게 노조주재 토론회에 참석을 요구하는 등 막바지까지 압박을 가했다. 당시 금융권에선 "자칫 취임식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정도였다.

은성수 수은행장은 이 회장과 같은 날 선임됐지만 노조와의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낙하산 인사'를 이유로 은 행장의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 행장의 취임식 일정도 '안개 속'이다.

은 행장은 노조에 가로막혀 사흘째 여의도 본점 사무실로 출근하지 못하고, 은행인근 사무실에서 업무파악 중이다. 노조는 현재까지 은 행장과의 이렇다 할 만남 등도 제안하지 않은 채 투쟁에 주력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노조로부터 은 행장과의 별도의 만남 주선 제안도 없는 상태"라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취임식 일정은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은은 현재 중소형 조선사 구조조정 등 현안이 산적한 상태다. 최근엔 산은으로부터 출자 받은 한국항공우주(KAI) 방산비리가 불거진 데다 자본 적정성 위협도 받고 있어 경영 공백기가 장기화 될수록 타격도 심해질 전망이다.

차기 회장 선임 전차를 진행 중인 KB금융지주도 금융노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KB금융지주의 7개 계열사 노조는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문제삼으며 현 윤종규 회장의 퇴진과 연임 반대를 공식화 한 상태다. 

노조는 차기 선임 절차에 대해 "날치기 선임 절차"라며 "공정성과 투명성 부문에서 심각히 후퇴했다"며 거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노조는 윤 회장이 후보사퇴를 선언하지 않을 경우 '전면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친노조 성향의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노조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조와의 갈등이 하루 빨리 봉합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경영에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