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주요 금융권 수장에 대한 새 정부 인사가 서서히 마무리되면서 장하성‧경기고‧하나금융 라인을 필두로 하는 이른바 ‘장기하 네트워크’가 뜨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견제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 금융권 주요 인사가 서서히 마무리되고 있다. 논란이 많았던 금융감독원장 인사를 포함해 금융위원장, 산업은행 회장, 수출입은행 행장 등의 인선이 완료됐다.

   
▲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사진)을 포함해 경기고‧하나금융 라인을 필두로 하는 이른바 '장기하 네트워크'가 새 정부 금융권에서 뜨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업계 안팎에서는 새롭게 발탁된 이들의 공통점을 찾으며 새 정부 인사의 ‘코드’를 읽으려는 시도가 한창이다. 이 가운데 금융권 새로운 인맥코드로 ‘장‧기‧하’가 급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우선 ‘장기하’의 ‘장’은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을 말한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이기도 했던 그는 새 정부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금융권 인사에도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음으로 ‘기’는 경기고등학교를 의미한다. 현재 권력을 잡고 있는 세대에서 서울고와 함께 최고 명문고등학교였던 경기고 네트워크가 새 정부에서도 여전히 발동하고 있다. 장하성 정책실장 또한 경기고 69회 졸업생이다.

마지막으로 ‘하’는 하나금융을 의미한다. 공교롭게도 새롭게 발탁된 인사 중에 하나금융 출신 혹은 하나금융과 관련 있는 인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경우 ‘장기하 네트워크’의 한가운데 있는 인물이다. 당초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신임 금감원장으로 발탁됐다는 얘기가 많았지만 금융권 경력이 전무해 논란이 많았다. 이때 장하성 정책실장이 최흥식 현 원장을 강력하게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최 원장은 경기고등학교 67회 졸업생으로 장하성 실장의 2년 선배다. 동시에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지내 사상 최초 민간출신 금감원장이 됐다. 최 원장은 취임과 함께 ‘하나금융에 대해서도 엄정한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역설적으로 이 발언이 하나금융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켰다.

한편 장하성 실장은 금융위원장 인선에도 직간접적인 관여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결과적으로 발탁된 최종구 신임 금융위원장은 수출입은행장으로 취임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상태였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계기도 있지만 발탁의 결정적 원인은 역시 장 실장의 추천이었다는 후문이다. 장 실장과 최 위원장은 고려대학교 동문이기도 하다. 

이동걸 산업은행 신임 회장의 경우도 경기고 68회 졸업생으로 ‘장’과 ‘기’가 동시에 겹친다. 역시 장 실장이 등용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주요 인사들의 공통점이 ‘장기하’로 확인된 만큼 같은 공통점을 공유하는 금융계 인사들에게도 많은 시선이 꽂히고 있다. 아울러 이들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포함해 아직 인사가 확정되지 않은 자리에 얼마나 진출할지도 관심사다.

한편 ‘장기하 네트워크’에 대해 견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장하성 실장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는 평가가 물밑에 존재한다”면서 “지난 12일 거래소 이사장직에 대한 추가공모 공고가 난 것은 새 정부 인사에 대해 불만을 갖는 사람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후임 이사장을 찾고 있는 한국거래소는 지난 12일 갑작스러운 ‘추가 공모’ 공지를 냈다. 장하성 실장이 추천한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사실상 새 이사장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가 뒤틀린 것은 장하성 실장, 나아가 장기하 네트워크에 대한 반발심리가 이미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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