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병화 기자] 아파트 후분양 방식을 적용하는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가 하나 둘 나오면서 후분양이 대세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강남 재건축 단지 후분양은 소비자 보다는 조합의 이익을 위해 도입되고 있는 만큼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건설사들이 후분양제 도입을 약속하고 있다.

후분양은 아파트를 짓고 나서 분양하는 방식으로,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서초구 ‘신반포15차’가 후분양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지난 9일 열린 시공사 선정 조합원 총회에서 후분양을 제안한 대우건설이 경쟁사인 롯데건설을 제치고 사업을 따낸 것이다.

오는 27일 시공사를 선정하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도 후분양이 적용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사업수주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두 회사 모두 후분양 카드를 꺼내든 상태다.

이에 따라 향후 진행되는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후분양제 카드가 자주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뜨거운 감자 후분양제…시장 안착 가능성은?

후분양은 주택 착공 시점에 분양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일정 수준 이상 건설 공사가 진행된 상태에서 분양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지어진 집을 직접 확인하고 분양을 받을 수 있어 최근 논란이 된 동탄 부영아파트와 같은 부실시공 문제를 줄일 수 있고, 집값 상승과 분양권 전매 등에 따른 투기도 막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논의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실제로 노부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재건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공정이 80% 이상 진행된 이후에 일반분양하도록 하는 제한적으로 후분양제도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2008년 폐지된 적이 있다.

재건축은 후분양제를 실시하면 일반분양가를 선분양보다 높일 수 있어 조합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아파트 골조공사를 3분의 2 이상 진행된 후 분양을 실시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돼 고분양가 규제를 피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선분양을 통해 수분양자들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공사를 진행해 온 건설사들은 공사비용 조달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후분양을 반대해 왔다.

그래서 건설사들이 자발적으로 후분양제를 제안하고 있는 최근 상황이 눈길을 끌고 있지만 분양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기는 어렵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후분양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단지가 나오고 있지만 분양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사진은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한 아파트 단지.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이번 강남 재건축발 후분양은 성격이 다르다”며 “그동안 시장에서 도입하려고 했던 후분양의 목적은 소비자(수분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현재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논의되는 후분양은 소비자가 아닌 조합원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대안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면서 분양가 인상에 제한이 걸린 가운데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원들의 수익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건설사들은 후분양을 하게 되면 2~3년 후 분양시점의 시세에 맞춰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어 조합원들의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득중이다.

이 같은 목적의 후분양은 분양시장 전체로 확산되기 어렵고 집값 상승이 담보되는 강남 재건축에서만 후분양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김 실장은 “지금의 후분양은 어디까지나 집값이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서만 가능하다”며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착한 후분양이 분양시장 전반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대형건설사를 비롯해 중견건설사들까지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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